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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필리핀 가사도우미' 9월 온다는데…제대로 안착하려면

등록 2024.05.24 15:18:22수정 2024.05.24 15: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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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회정책부 조현아 기자. (사진=뉴시스 DB). 2024.05.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회정책부 조현아 기자. (사진=뉴시스 DB). 2024.05.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가사돌보미 신청했는데, 3개월이 넘도록 안 오네요?"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형 가사돌보미' 서비스를 야심 차게 도입했지만, 정작 일부 지역 이용자들은 한참 동안 돌보미를 배정받지 못해 애를 태웠다. 이용 수요에 비해 도우미 숫자가 부족한 탓이었다. 담장자에게 물어보니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인데, 일부 업체에서 과부하가 걸렸다"고 했다.

도우미 도움을 받고 싶어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됐다.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는 이미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저출생이 심각해지고,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돌봄 인력 부족 문제는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넉 달 뒤 서울에 들어오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도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구인난이 심각한 돌봄 분야의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 가사와 육아 문제를 겪고 있는 가정에서 보다 적은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는 최악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당초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논의에 불을 지핀 오세훈 서울시장은 돌봄 노동의 인력난과 비용 부담 문제를 덜려면 월 100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해야 할 것을 주장했지만, 고용부는 이번 시범 사업에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여론은 곧장 뜨겁게 달아올랐다.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는 긍정하면서도,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풀타임으로 쓰려면 월 200만원 정도의 급여를 지불해야 하는데 '웬만한 가정에서 감당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비용이 부담스러운 가정에선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최저임금을 줘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여력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차라리 돈을 더 내고 한국인 도우미를 찾겠다"며 부정적 인식을 보인다.

우리나라 30대 가구 중위소득이 월 509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소득의 절반을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내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당연히 임금을 낮게 책정하면 되는데 부작용의 우려도 만만찮다.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외국인 돌봄 노동이 결국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 다른 분야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 돌봄 인력 부족 현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돌봄 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강한 대한민국도 머지않아 '외국인 인력 쟁탈전'에 나설 텐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 돌봄 서비스의 질 악화 등의 문제도 뒤따른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논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노인 간병 분야로 옮겨 붙을 전망이다. 초저출생으로 영유아 숫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고령 인구는 폭증하고 있어 간병 분야 인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아직 소극적인 모습이다. 일단 시범 사업을 진행한 다음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겠다는 눈치다. 혼란 속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갈등과 대립이 지속될 경우 '이럴 거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왜 도입하느냐'는 의문에 부딪히며 논쟁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외국인 인력 도입이 불가피한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절충안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제대로 된 임금 수준과 관리 체계, 내국인 일자리 지원 방안 등 제도가 면밀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빗장이 풀린다면 후폭풍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야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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