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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 얘기 일 수도"…서울대생들 합성음란물 충격 여전

등록 2024.05.25 06:00:00수정 2024.05.25 06: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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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2명 등 불법 합성물 제작·유포 혐의

"교내에서 이런 일 일어나다니…사진 내렸다"

"서울대가 자꾸 언급돼 부끄러웠다" 의견도

"당황스럽지만 이번 기회에 학교 차원 조사를"

서울대, 재발 방지·피해자 보호 태스크포스 꾸려

[서울=뉴시스] 지난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대 출신 남성 2명 등 5명이 대학 동문 12명 등 피해자 수십 명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서울대판 N번방' 사건으로 서울대 교내는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뉴시스가 만난 서울대생들은 같은 학교 출신 남성들이 동문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았단 소식을 접한 뒤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으며, 일부는 "말하기 어렵다"며 인터뷰를 꺼리기도 했다. 사진은 서울대 전경. (사진=서울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대 출신 남성 2명 등 5명이 대학 동문 12명 등 피해자 수십 명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서울대판 N번방' 사건으로 서울대 교내는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뉴시스가 만난 서울대생들은 같은 학교 출신 남성들이 동문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았단 소식을 접한 뒤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으며, 일부는 "말하기 어렵다"며 인터뷰를 꺼리기도 했다.  사진은 서울대 전경. (사진=서울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홍연우 우지은 기자 = "무서웠죠. 제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잖아요. 제가 속한 단과대에서도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생각하니 많이 불안했어요."

지난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김모(22·여)씨는 불안함을 표했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서울대판 N번방' 사건 때문이다.

'서울대판 N번방' 사건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대 출신 남성 2명 등 5명이 대학 동문 12명 등 피해자 수십 명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이다.

이 여파로 이날 서울대 교내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뉴시스가 만난 서울대생들은 같은 학교 출신 남성들이 동문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았다는 소식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부는 "말하기 어렵다"며 인터뷰를 꺼리기도 했다.

김씨도 이들 중 하나였다. 그는 "사건이 처음 보도가 됐을 때 다들 불안해하면서도 대체 어느 과 얘기인지 다들 궁금해했다. 당장 우리 얘기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 박모(28)씨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같은 학교 구성원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장모(26·여)씨도 "교내 여학생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놀라웠고 대범하단 생각도 했다"며 "이런 사람들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더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서 '서울대'가 부각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토로했다.

김모(22·여)씨는 "서울대 이름이 이런 일에 언급돼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이모(21)씨 역시 "제목에 '서울대 학생'이 너무 강조돼 나와 학교 망신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메신저에 올려뒀던 사진을 내렸단 학생도 있었다.

송모(24·여)씨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내렸다"며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프로필 사진은 대부분 해상도가 커서 확대도 잘 되고 화질도 좋지 않나. 그러다 보니 합성 등 범죄에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겠다는 점을 이번에 느꼈다. 앞으론 얼굴 사진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채널과 대화방을 개설한 후 대학동문 등을 대상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3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피의자와 피해자 중 서울대 동문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채널과 대화방을 개설한 후 대학동문 등을 대상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3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피의자와 피해자 중 서울대 동문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학교와 학생회의 적극적인 대처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최근 서울대 졸업생들이 관여된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다"며 "재발 방지 대책, 피해자 보호를 위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인 주범이 로스쿨 졸업앨범 제작 업체가 만든 공유 드라이브에서 동문의 사진을 내받아 범죄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자, 학생회 역시 본인 계정으로 로그인한 당사자만 사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서울대 로스쿨 인권법학회 여성주의 소모임도 지난 23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우리는 안전하고 부끄럽지 않은 공동체를 원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에 대한 연서명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모(32·여)씨는 "당황스러운 사건이지만 오히려 공론화된 게 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교내에 유사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학교 차원에서 조사가 잘 이뤄지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4년 4월까지 텔레그램에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30대 서울대 출신 남성 피의자 A씨(39)와 B씨(30)를 검거해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 등으로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대학 동문들의 졸업사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등을 이용해 불법 합성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들이 만든 불법 합성물을 텔레그램 상에서 공유받아 재유포하거나 자신의 지인들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3명을 추가로 검거했으며, 그 중 범죄가 중대하다고 판단한 C씨 1명을 구속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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