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전세사기특벌법' 폐기에도 형평성 논란 계속…"왜 우리는"

등록 2024.05.31 06:00:00수정 2024.05.31 06:44:5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다단계·코인·투자 사기 피해자 "동등한 구제 시도" 호소

"삶 초토화된 노인 많지만…다단계 피해자 지원 없어"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가결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4.05.28.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가결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4.05.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우지은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들한텐 법까지 제정해주려고 하잖아. 근데 여기는 법 자체를 만들 기미도 안 보이니까."

김주연 한국사기예방국민회 대표는 노인과 주부 등을 상대로 4400억대의 유사 수신 범행을 벌인 '아도인터내셔널' 다단계 사기 사건의 피해자다. 그는 다단계 피해자 대다수가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노후를 대비하려는 노인인데도,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만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30일 뉴시스에 "모집책들의 농간에 완전히 삶이 초토화된 어르신이 많지만,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하나도 없다"며 동등한 구제를 호소했다.

'선보상 후구상' 방식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29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자동 폐기됐다. 정부는 다른 사기 범죄 피해자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코인과 투자, 다단계 사기 피해 역시 범죄로 인한 피해인데도 정치권이 전세사기 피해자만 구제하려는 시도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정치권을 향해 조직사기범죄 처벌과 다단계 특별법 제정을 요청해 둔 상태다. 사기 범죄를 경제범죄가 아닌 강력 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다단계 사기는 양형 수위가 굉장히 낮고 기준이 불확실하다"면서 "그 때문에 한번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사람이 같은 범행을 두세 번 더 이어가는 것은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3월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경찰서에서 열린 상품권 업체와 공모해 주식·가상자산 투자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를 통해 편취한 자금 90억 원 상당을 세탁한 일당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경찰이 압수한 현금을 공개하고 있다. 2024.03.1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3월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경찰서에서 열린 상품권 업체와 공모해 주식·가상자산 투자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를 통해 편취한 자금 90억 원 상당을 세탁한 일당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경찰이 압수한 현금을 공개하고 있다. 2024.03.18. [email protected]


지난해 12월 코인 사기로 1332만원을 잃은 김모(65·남)씨도 "정부가 코인 사기 피해자들에게 해주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당시 로또 예측 번호 사이트에서 결제 후 매번 5등(5000원)만 당첨되자 이에 항의했고,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은 결제 금액을 코인으로 환급해준다며 김씨에게 코인 구매를 권유했다.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1332만원을 입금한 김씨는 "(신고 접수 후) 넉 달이 지났는데도 경찰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씨는 "결과적으로 당한 놈은 바보라는 건데 납세자 입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하니 많이 허망하다"고 했다.

정모(53·남)씨도 지난 1월 단체 카톡방에 들어갔다가 투자를 유도하는 사기범들에 의해 10년 동안 모은 비상금 1000만원을 잃었다.

정씨는 "한순간에 비상금이 날아가버리니 가족에게 얘기도 못했다"면서 "나중에 투자도 하고 나름대로 가정에 보탬도 되고 싶었는데 무기력증이 왔다"고 푸념했다.

그는 "(정부가) 사기범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이라도 해서 대책을 마련하면 좋겠는데, 투자 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결국은 내가 포기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