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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개혁의 기수' 명진스님…권력에 맞서고 약자 곁 지킨 수행자

등록 2026.08.23 17:01:25수정 2026.08.23 19:50:30

1994년 종단개혁 주도…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역임

봉은사 주지 때 총무원과 충돌…제적 9년 만인 올해 승적 회복

용산·쌍용차 등 사회 현장 찾아…종교·시민사회장으로 엄수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선불당에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영결식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봉은사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이후 다비식은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봉행된다. 2026.08.23.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선불당에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영결식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봉은사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이후 다비식은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봉행된다. 2026.08.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1994년 대한불교조계종 종단개혁의 중심에 섰던 명진스님은 자신이 몸담은 종단의 권력에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냈다. 종단 밖에서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가 있는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보탰다.

'종단 개혁의 기수'로 불리며 불교계의 자정과 쇄신을 외쳐온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이 지난 22일 원적에 들었다.

195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스님은 1969년 해인사 백련암으로 출가했다. 이후 군에 입대해 월남전에 참전한 뒤 1974년 법주사에서 탄성스님을 은사로 다시 출가했다. 같은 해 사미계를, 1976년 구족계를 받았다.

수행자의 길을 걷던 스님이 사회 현실에 눈을 돌린 계기는 해인사에서 만난 경북대 출신 운동권 학생들이었다. 이들을 통해 5·18 광주항쟁 영상을 접한 뒤 불교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1985년 봉은사에서 10·27 법난 규탄대회를 주도하다 연행·구속됐고, 1987년 개운사 주지로 불교탄압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듬해에는 대승불교승가회 회장을 맡아 불교 자주화와 사회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94년 조계종 종단개혁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종단개혁회의 상임위원과 제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지냈고, 1998~2002년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민족화합불교추진위원장과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상임집행위원장 등을 맡아 통일운동에도 참여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내놔라 시민행동 박재동 상임공동대표와 명진 스님을 비롯한 내놔라 시민행동 회원들이 9일 오후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1차 청구인단 정보공개청구서'를 국정원에 제출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1.09.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내놔라 시민행동 박재동 상임공동대표와 명진 스님을 비롯한 내놔라 시민행동 회원들이 9일 오후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1차 청구인단 정보공개청구서'를 국정원에 제출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1.09. [email protected]


명진스님의 삶에서 또 하나의 굴곡은 봉은사 주지 시절 찾아왔다.
2006년 봉은사 주지에 취임한 스님은 개인 토굴을 정리하고 지역아동센터 '달마학교'와 사회복지법인 '봉은'을 설립하는 등 수행의 사회적 실천에 나섰다.
2006~2010년 주지로 재임하면서는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 문제 등을 놓고 조계종 총무원과 갈등을 빚었다. 임기를 마친 뒤에도 인터뷰와 법회 등을 통해 종단 지도부를 비판했고, 2017년 조계종에서 제적돼 승적을 잃었다.

제적 이후에도 법정 다툼을 이어갔다. 명진스님이 조계종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무효 소송에서 법원은 1·2심 모두 스님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초 양측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기로 하면서 판결이 확정됐고, 명진스님은 9년 만에 승적을 회복했다.

종단 안에서 개혁을 외쳤던 스님은 종단 밖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현장을 찾았다.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민족문제연구소 이사, 실업자연대 이사장,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진실의힘 이사장 등을 지내며 인권·노동·평화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불교 대표로 집전했으며 같은 해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과 철거민을 지원했다. 2012년에는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의 고공농성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을 찾았다. 이듬해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쌍용자동차 철탑 농성장을 방문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전쟁의 상처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과 위령제에 참여했고, 2015년에는 베트남을 찾아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했다.

2016년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반대와 세월호특조위 강제해산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2018~2023년에는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장을 맡았다.

생의 마지막까지 종단 문제에 대한 발언도 멈추지 않았다. 최근 제38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 내 세력 다툼과 과거사 폭로전이 격화하자 현행 선거제도의 폐단을 지적하며 총무원장 선거를 추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선불당에 마련된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의 빈소에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영결식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봉은사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이후 다비식은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봉행된다. 2026.08.23.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선불당에 마련된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의 빈소에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영결식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봉은사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이후 다비식은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봉행된다. 2026.08.23. [email protected]


스님의 입적 소식에 불교계와 시민사회 등 각계의 추모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불교계의 큰 어른을 떠나보내게 된 슬픔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눈다"고 애도했다.

조계종 선명상위원장 금강스님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산소 바다 20m를 말씀하시더니 기어코 바다에서 입적하셨다"며 최근까지 명진스님과 사회적 약자 보호와 비정규직·산업재해 문제 해결에 뜻을 함께했다고 회고했다.

제38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한 정념스님 측도 추모문을 내고 "명진스님은 평생을 치열한 수행자이자 종단 개혁의 기수로 살아온 스님"이라며 "스님이 생전 온몸으로 맞서 싸웠던 종단의 병폐와 '종단의 자정과 쇄신'이라는 화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장례는 조계종 출가 본사인 법주사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종교·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와 분향소는 서울 강남구 봉은사 선불당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봉은사에서 거행된다. 이후 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다비식이 봉행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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