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비트코인이 동시에?…안전-위험 극단에 몰리는 '바벨 머니'
등록 2026.08.30 08:00:00수정 2026.08.30 08:20:47
달러 가치 하락 우려에 희소자산 부각…비트코인 규제 완화·금 중앙은행 매입도 한몫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 선을 넘어선 25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6.08.25.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25/NISI20260825_0021410391_web.jpg?rnd=20260825153323)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 선을 넘어선 25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6.08.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최근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바벨(Barbell)'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재정 불안과 달러 가치 하락 우려가 이들 자산의 동반 상승을 이끄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규제 불확실성 완화, 금은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가 각각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지난 13일 8900만원선에 머물렀지만 18일 9000만원선을 회복한 데 이어 20일 1억원, 25일에는 1억1000만원선을 차례로 넘어섰다. 13일과 비교하면 12일 만에 약 2100만원, 24%가량 급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에도 상승분을 반납하지 않고 28일까지도 1억1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며 1억1000만원선을 유지했다.
달러 기준 상승세도 가팔랐다. 비트코인은 19일 6만4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25일 장중 8만1000달러를 웃돌며 6일 만에 25% 넘게 뛰었다. 비트코인 반등에 힘입어 이더리움 등 주요 알트코인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금값도 상승세를 탔다. 국내 금 가격은 90만원을 넘어섰고 국제 금값도 온스당 4600달러를 웃돌았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이 나란히 오르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달러 불안에 금·비트코인 동반 강세…'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부각
재무부가 장기국채 매입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한 직후, 장기금리는 잠시 진정됐지만 하루도 못 가 다시 반등했다. 그럼에도 달러 가치가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금과 비트코인은 상승폭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여전히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이 왜 동시에 올랐을까.
시장에서는 이들 자산을 함께 끌어올린 공통 배경으로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를 꼽는다. 쉽게 말해 달러 가치가 앞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달러 대신 가치가 쉽게 늘어나거나 희석되지 않는 자산으로 돈을 옮기는 투자다.
현재 미국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시장금리까지 낮아질 경우, 달러의 장기적인 구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투자자들은 화폐가치 하락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을 찾게 된다.
금은 오래전부터 물가가 오르거나 화폐가치가 흔들릴 때 찾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발행량이 최대 2100만개로 정해져 있어 무한정 공급을 늘릴 수 없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디지털 금'으로도 불린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장기채 바이백 확대 계획으로 인해 미국의 정부 부채 문제가 불거졌으며 달러 디베이스먼트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면서 "또 연준이 재무부·정부의 결정에 종속되는 '재정우위'에 대한 우려도 부각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금, 비트코인 등 대체 가치저장수단이 주목받았다"면서 "그 결과 올해 4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8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국 정책 개입이 장기금리의 단기적인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에는 효과를 보였지만 미국 재정과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는 정책으로 일시적으로 억제되는 반면 달러는 완만한 약세를 지속하고 금, 스위스 프랑 등 미국 자산 이외의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되는 비대칭적 흐름은 최근 시장에서 나타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규제 완화·금은 중앙은행 매입…각기 다른 추가 동력
비트코인은 미국 가상자산 규제 불확실성 완화가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8일(현지시각) 토큰 발행과 자금조달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CLARITY)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미국 내 가상자산 규제의 윤곽이 보다 뚜렷해질 것이란 기대가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클래리티법 통과 촉구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하이퍼리퀴드 미국 진출 경로 검토 등을 비트코인 급등의 배경으로 꼽으며 "정책 기대가 단순 뉴스에 그치지 않고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금은 중앙은행의 꾸준한 매입 수요가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세계금협회(WGC)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폴란드가 82톤(t)을 순매입해 최대 금 매입국에 올랐고 우즈베키스탄 41t, 중국 40t, 카자흐스탄 27t 등이 뒤를 이었다. 체코와 싱가포르, 칠레, 요르단, 가나 등도 금 보유량을 늘렸다.
금 수요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골드바·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에 대한 투자 수요 비중은 코로나19 전 29%에서 44%로 확대됐다"며 "금이 단순 소비재에서 지정학적 위험과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금융자산 및 대체통화로 위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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