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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 몸이 되는데 머리 쓴다…개그우먼 새 유형

등록 2010.12.05 08:20:00수정 2017.01.11 12: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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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3일 오후 KBS 개그콘서트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에 출연중인 개그우먼 이희경이 여의도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진현철 기자 =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신)보라가 너무 감동스러운 순간을 좋은 사람들과 보낸 것이 부러워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아쉬워요.”

 왼손에 올려진 성경에 침을 묻혀 오른손으로 넘기면서 유행가를 찬송가 스타일로 흥얼거리던 권사, 여자친구의 속마음을 모르는 남자친구를 꾸중하고 일깨우는 남성교육학박사 교수.

 KBS 2TV ‘개그 콘서트’의 막내 이희경(26)이 연기했거나,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다.

 이희경은 지난 6월 첫 방송된 ‘슈퍼스타 KBS’에서 드라마 ‘아이리스’ 삽입곡인 백지영(34)의 ‘잊지말아요’ 등을 ‘찬송가 창법’으로 불러 웃음을 줬다. 아줌마 같은 외모와 옷차림으로 교회 권사 이미지를 물씬 풍기며 단숨에 시선을 붙들었다.

 TV 밖의 이희경은 그러나 딴판이다. 권사, 교수의 이미지는 어디에도 없다. 못생기지도 않았고, 억척스럽지도 않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3일 오후 KBS 개그콘서트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에 출연중인 개그우먼 이희경이 여의도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amin2@newsis.com

 그럼에도 이희경은 “못생긴 아줌마로 봐줘서 더 감사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저는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고 진짜 어정쩡한 사람이에요. 못생긴 사람으로 봐주는게 오히려 좋죠. 저를 그만큼 허물없이 봐준다는 거잖아요. 이런 외모 때문에 재밌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스트레스도 없다. 개그맨 선배들이 살을 빼도 아줌마 몸매일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실감났단다. 다이어트하느라 애쓸 이유가 없는 이유다.

 “운이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슈퍼스타 KBS’는 김진철 선배님이 제가 ‘미녀들의 수다’의 크리스티나 흉내를 잘 낸다고 해 심사위원 같이 하자고 해서 하게 됐어요. 콘셉트가 바뀌어 다른 것 없느냐길래 권사님 창법 따라할 줄 안다고 했거든요? 그것 듣고 재밌겠다고 해서 들어가게 된 거에요.”

 그렇게 5개월여를 사랑받았다. 종교계의 반발로 하차한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위로를 받으며 “와! 권사님을 정말 많이 사랑해주고 계셨구나”라고 느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3일 오후 KBS 개그콘서트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에 출연중인 개그우먼 이희경이 여의도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amin2@newsis.com

 ‘슈퍼스타 KBS’에서 노래실력이 좋은 신보라(23)와 함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KBS 개그맨 공채 동기생이다. 경희대 학생회장 출신에다 노래와 춤이 취미이고 종교도 같은 등 공통점이 많다.

 신보라와 달리 이희경은 ‘남자의 자격’ 오디션 날짜를 놓쳤다. “아마 박칼린 선생님이 뽑아주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단, 감동스러운 순간을 좋은 사람들과 보낼 기회를 놓친 점은 아쉽다.

 ‘남자의 자격’에도 참여못했고, ‘슈퍼스타 KBS’에서도 하차했지만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에서 맹활약 중이다. 여자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박성광(29)을 힘으로 제압하면서 남녀관계에서 빚어지는 일들을 흥미진진하게 담아 공감을 사고 있다.

 당초에는 ‘자투리’ 캐릭터였다. “정경미, 신고은, 김경화 선배님들이 짠 코너 옆에서 교수님으로 도우미 역할을 해달라고 하셨어요. 아침 프로그램 보면 어떤 교수님이 나와서 말하면 방청객들이 ‘와~’ 하는 그런 것 있잖아요. 아쉽게 그 코너는 채택되지 못했는데 제 캐릭터만 발탁이 된 거에요. 한 코너를 하게 돼 매우 영광이고 감사할 뿐이죠.”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3일 오후 KBS 개그콘서트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에 출연중인 개그우먼 이희경이 여의도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amin2@newsis.com 

 재미있는 친구를 보면 특징을 잘 짚어 따라한다는 이희경은 대학 3학년을 휴학하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곰장어집 일을 돕다가 개그우먼의 길로 들어섰다.

 “손님들에게 친근감을 표하기 위해 옆에서 읊조렸어요. ‘타기 전에 드셔야 하는데~’, ‘뒤집어서 드세용~’ 등등 이런 말들이 웃겼나봐요. 그게 재밌다고 혹시 개그맨 관심없느냐는 거에요. 딱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도전하고픈 바람이 생겼죠.”  

 이희경은 개그맨 공채에서 세 차례 낙방했다. IMF 위기 때는 아버지를 여의었다. 경제적으로도 곤궁했다. 그래도 선천적으로 밝은 성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치료가 될 수 있고, 대리만족도 줄 수 있는 것이 코미디”라고 여기는 이희경은 개그우먼으로 발을 내디딘지 얼마 안 됐지만 죽는 날까지 방송을 하고 싶다. “방송을 계속할 수 있는 그런 축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재능으로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돈을 못 벌어도 상관 없어요. 하지만 나중에 어떤 재단이나 NGO쪽에는 꼭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연관이 돼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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