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1세대 무용학자 정병호 교수 별세, 향년 84

전남 나주 태생인 고인은 광복 직후 대학생 신분으로 함귀봉 조선교육무용연구소에 입문해 조동화, 최창봉, 차범석, 정순영 등과 함께 현대무용과 교육무용을 체득했다. 이후 중앙대 교수를 지내면서 무용교육론과 공연예술론, 무용역사와 무용미학, 무용평론 등 무용의 기초이론과 민속무용학의 이론적 체계를 세우는데 전념했다.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25종목에 이르는 민속 예능을 현장 조사해 16종목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전통의 재발견'을 화두로 1976년 전통무용연구회를 발족, 이매방(살풀이춤·승무), 이동안(발탈), 김숙자(도살풀이춤), 한영숙(승무), 강선영(태평무), 하보경(밀양백중놀이), 박병천(진도씻김굿), 김금화(황해도배연신굿), 김석출(동해안별신굿) 등 지역에 묻혀있던 전통예인들을 발굴해 서울무대에 소개하는 문화운동을 전개했다. 후일 이들 대부분은 인간문화재가 됐다.
1970년대 후반 전남 영광에 숨어살던 '병신춤의 달인' 공옥진의 일인창무극을 처음 발굴, 중앙무대에 소개한 이도 정 교수다. 공옥진의 일인창무극은 2010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9-6호로 지정됐다.
저서로는 '창작무용' '교육무용원론' '한국춤' '한국의 민속춤' '농악' '한국의 전통춤' '한국무용의 미학' '북한의 민속무용'(공저) '몽골민속'(공저) '춤추는 최승희 세계를 휘어잡은 조선여자' '한국 전통춤의 전승과 현장' '한국 전통춤의 원형과 재창조' 등 약 20여 권이 있다.
이 중 '춤추는 최승희 세계를 휘어잡은 조선여자'는 국내 학자가 펴낸 최초의 최승희 평전이다. 7년간 수집한 자료와 증언자 인터뷰를 담아 최승희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오롯하게 담아내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전통문화유산을 발굴, 계승하고 무용학의 초석을 다진 공로로 1997년 옥관문화훈장과 2008년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년에는 평생의 학문 여정이 담긴 무용학 관련자료 일체를 제자인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운영하는 연낙재에 기증했다. 연낙재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춤의 전승과 현장'(민속원), '한국 전통춤의 원형과 재창조'(민속원) 등 두 권의 학술서를 펴냈다.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한국춤평론가회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아들 지연(세종동서약국 대표)과 제한(작가)씨를 남겼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23호, 발인 29일 오전 7시. 장지 충북 음성 대지공원묘지. 02-440-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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