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수험생 잇딴 자살…입시세태가 낳은 타살
이날 오후 6시 50분께 전남 해남군 모 아파트 1층에서 A(18)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아파트 12층에서 수능관련 유인물 등이 든 가방을 발견해 숨진 A군이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6시 10분께는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의 모 예식장 주차장에서 수능 시험을 앞둔 재수생 B(19)군이 투신 자살했다. 경찰은 B군이 수능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경쟁으로 내몰린 수많은 수험생들이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충족시킬 수 없다는 현실을 비관해 불안에 떨다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한 우리 국민은 모두 1만5566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자살자 수가 감소세로 들어섰던 2006년(1만658명)에 비하면 50% 가량 늘어난 수치로 자살자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83년 이래 최대치다.
이 가운데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5~19세 청소년들의 자살은 매우 심각하다. 이들의 사망원인 가운데 28.2%가 자살로 나타났다. 3명 가운데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한 것이다.
특히 15~19세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는 '성적, 진학문제'가 5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가정불화(12.6%), 외로움, 고독(11.2%), 경제적 어려움(10.5%) 등의 순이었다.
수험생들의 잇따른 자살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 입시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이 미흡해 극단적인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편적으로는 수험생이 수능에 대해 압박을 받고 좋은 대학을 못가거나 혹은 기대이하의 점수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 원인"이라며 "그 부담감을 학생혼자 모두 짊어지게 돼 자살자들이 매년 나오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일부는 정신적으로 나약한 학생들이 자살한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자살하지 않는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수험생들의 잇따른 자살 현상은 대한민국의 입시위주의 교육과 대학 서열화 등 제도로 인한 사실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의 자살을 막기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을 서열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 교수는 "기업들은 대학 브랜드를 기준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현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소위 인서울 대학이 아니더라도 학생이 잠재력이 있고 창의성이 있다면 채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가 대학은 곧 취업으로 연결되고 있는 등 '한번 꼴찌는 영원한 꼴찌'라는 인식이 큰데 이같은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며 "대학이 전부가 아니고 대학에 가지 못해도 사회적으로 반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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