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음란물에 중독된 당신에게

포르노그래피는 해로운가. 포르노에 대한 반응을 가리키는 수음, 자위, 용두질 따위의 말들은 모두 시간이나 정력의 낭비라는 은유를 내포하고 있다. 자위와 포르노는 물론 동의어가 아니다. 여자 대부분과 일부 남자들은 포르노가 아닌 환상으로 자위를 한다. 그러나 자위가 문제라고 여기는 남자들, 즉 너무 빈번하고 부적절하게 시간을 보내고 일이나 인간관계에 방해가 된다고 호소하는 이들은 거의 다 중독적으로 포르노를 본다.
‘섹스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 중 실제 파트너와의 문제행동보다 포르노 때문에 도움을 구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버드의대 디어드리 배릿 교수(진화심리학)의 설명이다. 한국인들의 사정도 대동소이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장 김형근 박사(목회상담학)는 사랑받지 못한 결과로 생긴 병이 음란물 중독이라고 분석한다. “음란물에 중독된 사람은 자신의 아픔을 보지 않으며 느끼려 하지도 않는다. 두려워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자신이 바라는 사랑을 받아야만 하고, 그것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믿고 싶어 한다. 그래서 환상 속에서, 음란물이라는 현실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 속에서 그 사랑을 느끼려고 몸부림치고 눈이 빨개지도록 찾아 나선다. ‘나는 사랑에 결핍돼 있으니 사랑해줘’라고 몸으로 반응하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에 따르면, 음란물 중독자 대부분은 집에서 방치된 듯 살아왔다. 5감 중 시각만을 과도하게 사용한 케이스들이다. 엄마를 보는 것만으로 아기가 안정을 찾듯 시각은 중요한 감각이다. 문제는 시각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이어 강한 고착이 일어나면 관음증이 되고 만다는 점이다. 자녀를 쓰다듬고(촉각) 대화하고(청각) 함께하고(후각) 필요할 때 먹여주는(미각) 일련의 과정들이 골고루 필요한 이유다. 스킨십(신체적 자극)이 부족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음란물 중독에 빠지기가 특히 쉽다고 한다.
음란물 중독은 자위 중독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촉각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남성성이 취약하고 부족할수록 큰 성기를 탐한다. 매력적이고 가지고 싶고 만지고 싶은 충동이 일게 된다. 동성애 성향인 많은 남성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음란물은 자신이 열등하다고 말하는 소리를 일시적으로 듣지 못하게 막는다. 자극으로 스스로를 일시적으로 위로(마비)하는 것이다. 고독을 느낄 수 없게 한다. 외롭다는 기분이 들면 음란물을 보고 싶은 충동이 솟구치고, 결국 보게 된다. 쾌락을 즐기려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감소시키는 수단이다. 음란물 중독의 본질이다.
음란물을 보는 순간은 사실상 미친 상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영상, 저 영상 더 자극적인 영상이 없나 계속 찾아다닌다. 1시간이 10초처럼 지난다. 자위행위로 마무리하기까지 4~5시간, 길게는 하룻밤이 금세 가버린다. 반복되면 내성이 생긴다. 더 강한 자극을 경험하려 든다. 남녀의 성행위로 출발해 항문성교, 변태성교, 집단섹스, 근친상간, 강간, 동물과의 섹스, 여장남성과의 섹스 장면 등으로 일탈하기에 이른다. 본인의 인간성에 회의를 품고 더욱 고통스러워지는 단계다.
해독제는 없나. “음란물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정신 못 차려서 그렇다고 교화하고 바꾸려고 하지 마라. 그것은 더 큰 내면의 고통을 가져다주고 그 고통으로 인해 음란물의 자극은 더욱 거세게 필요해지는 탓이다. 중독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음란물을 본다고 자신을 질책할수록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김 박사는 “당신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회복의 첫째 조건이다. 밖으로 나와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고 권한다. 두 번째 조건은 서둘러 자기를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조금 도움을 받다가 ‘뭐 이런다고 내게 도움이 되겠어’라고 자가진단, 상담이나 모임을 떠나버리면 안 된다는 조언이다.
고통스러운 감각, 달리 말해 왜곡된 자기신념체계를 차단하려는 자동방어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것이 성중독이다. 나의 신념체계가 무엇인지 알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론과 실제다.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정직하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알게 될 때 열등감,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인 중독행위를 멈출 수 있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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