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 윤가은 감독 "아프고 참담했던 어린시절 경험"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들의 마음 속에 흐르는 감성을 섬세하고 사려깊은 눈으로 그린 뒤, 이를 특정 세대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세대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는 언제나 혼자인 초등학생 4학년 '선'(최수인)이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설혜인)와 우연히 만나 단짝 친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개학을 하면서 지아가 선을 멀리하자,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선은 지아의 비밀을 같은 반 친구들에게 폭로해버린다.
'우리들' 연출을 맡은 윤가은(34)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윤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친구들(선과 지아) 나이였을 때, 영혼을 나눴다고 생각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졌고, 그 관계가 교실이라는 역학 관계 속에서 뒤틀리면서 아프고 참담했던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감정이 여전히 날 것처럼 남아있었는데, 크면서도 그런 관계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었다"며 "그 감정들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아이들 간에 흐르는 사랑과 질투, 권력 관계의 미묘함을 극도로 세밀하게 그려내는 윤 감독의 관찰력이다. '나도 예전에 저런 적이 있다' '저 맘 어떤 건지 알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윤 감독은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과 함께 현재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출연 배우들과의 장시간 리허설에서 잡아낸 세부사항들을 결합해 영화를 완성했다. 4학년 11살이라는 설정 또한 이 과정에서 선택했다.

'우리들'은 단순화해서 보면 왕따 이야기를 다룬다. 이 소재는 이미 한국영화에서 수차례 다뤄진 바 있다. 이 작품이 여타 영화들과 다른 건 왕따의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일방적 가해자로 보이는 인물의 행동 또한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발버둥으로 보이기도 한다.
윤 감독은 "미묘한 마음들이 부딪혀서 복잡한 문제를 만든다"며 "이런 문제는 누구나 겪는 것이고, 누군가가 나쁘기 때문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 장면이 인상적이지만, 그 중 한 장면을 꼽자면 선과 어린 동생 윤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지아와의 관계를 고민하던 선은 동생 선이 아무 생각 없이 순수하게 던진 어떤 한 마디에 '결심'을 한다. "계속 때리기만 하면 언제 놀아?"
윤 감독은 이 대사에 대해 "실제로 내가 듣고 너무 충격을 받은 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실 단순한 문제였다.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면서만은 살 수 없는 것이다. 이 단순함이 진리 같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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