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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투리조트 반면교사]<중>태백시 '한 건 욕심'에 값비싼 대가 치러

등록 2016.07.19 13:50:43수정 2016.12.28 17: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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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 태백시 오투리조트가 오는 10일 재매각을 위한 입찰일정이 결정된 가운데 6일 오투리조트 준공기념탑 너머로 콘도일대가 짙은 안개에 잠겨 있다. 2015.07.06.  casinohong@newsis.com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 태백시는 2005년 7월 오투리조트가 개장하면 태백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꿈을 안고 성대한 기공식을 가졌다.

 그러나 자금조달부터 주먹구구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한 탓에 리조트사업은 초기부터 위기의 연속이었다.  

 당장 착공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결국 차질 없는 공사진행을 명분으로 태백시는 지급보증을 통해 2006년 7월 농협에서 560억원을 긴급 수혈받아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당시 태백시는 시의회가 대출지급보증 동의에 난색을 표하자 더 이상의 은행차입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렇지만 560억원에 발목이 잡힌 태백시는 개장을 명분으로 2008년 시의회 승인을 얻어 1차 보다 훨씬 많은 900억원을 추가 대출받아 골프장, 콘도에 이어 스키장까지 개장했다.

 오투리조트 개장을 위해 태백시는 골프장 642억원, 콘도 661억원, 스키장 2063억원, 보상과 용역비 1037억원 등 모두 4403억원을 투자했다.

 또 기대했던 회원권 분양은 태백시 공무원들까지 발벗고 나섰지만 당초 목표액의 18% 에 불과한 687억원에 그쳤다.

 오투리조트 회원권을 분양받은 공무원과 일부 시민들은 리조트 사업 성공에 앞장서겠다며 은행에서 대출 받은 이들도 상당수였다.  

 이처럼 숱한 어려움을 딛고 개장했지만 무리한 조기개장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 회원권 즉시반환 조건, 유동성 위기 등으로 개장 초부터 경영난에 부딪혔다.

 오투리조트는 개장 첫 해인 2009년 264억원의 경영적자를 시작으로 이듬해 245억원, 2011년 256억원 등 2013년까지 5년동안 무려 936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심각한 경영난과 유동성 위기로 농협에서 빌린 1460억원에 대한 이자는 아예 갚을 생각도 못했다. 전기요금을 시작으로 수도요금, 4대보험,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 체납이 일상화됐다.

 지방공기업인 오투리조트가 파산위기에 처하자 행정안전부는 2010년 4월 5일 태백시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라는 민영화 경영개선명령(청산)을 내렸지만 불발됐다.  

 경영난이 가중되자 태백시는 어려운 재정여건에서도 2009년 57억원을 시작으로 2010년 60억원, 2011년 24억원, 2004년 4월까지 추가로 51억원 등 총 192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했다.

 리조트 문을 닫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의 이른바 '묻지마 지원'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오투리조트는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2011년 하반기 직원들 임금이 6개월이나 밀리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 태백시 오투리조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5개월 여만에 9일 마무리됐다. 사진은 2008년 12월 스키장개장 당시 모습.  casinohong@newsis.com 

 다급해진 태백시는 강원랜드에 150억원 기부금 요청을 하게 됐다. 강원랜드는 기부금 지급시 배임논란 때문에 3차례 이사회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2012년 7월 12일 가결했다.

 이후 찬성한 이사들은 배임혐의로 형사고발당하고 감사원은 부당지원 결론을 내리면서 지금까지 10여명의 당시 강원랜드 이사들이 경제적 심리적 피해를 입고 있다.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은 "전문성도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엄청난 투자비가 소요되는 리조트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 것이 문제였다"며 "빚으로 시작하면서도 대규모로 출발한 것이 최악의 결과를 빚게 된 사례가 오투리조트"라고 지적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오투리조트 사태는 지방자치 시대 자치단체장의 한 건 주의 욕심이 빚은 참극"이라며 "발주처가 요구하는 입맛대로 용역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고 결국 지방자치시대가 초래한 안타까운 비극이었다"고 강조했다.  

 민선 3기에 본격 시작한 오투리조트 사업은 민선 4기에 완공했지만 이후 태백시는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의 재정보증으로 재정위기단체에 몰렸다.

 결국 태백시는 재정위기단체를 벗어나기 위해 오투리조트 보증채무 가운데 2015년 16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 1월 150억원, 이어 지난달 270억원 등 3차례에 걸쳐 580억원을 상환했다.

 태백시는 나머지 727억원의 부채를 5년 내 상환해 오투리조트로 인해 발생한 채무를 완전 해소해 나갈 방침이지만 후유증은 너무 컸다.

 태백시의 한 간부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의 명분으로 대형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를 절감했다"며 "너무 큰 비싼 댓가를 치르고 뒤늦게 얻은 교훈"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감사원은 부실시공 논란이 일자 지난 2011년 9월 오투리조트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결과 시공사인 코오롱건설은 골프장, 콘도, 스키장, 도로, 조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부실시공이 확인됐다.

 당시 감사원이 지적한 부실시공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는 ▲골프장 모래 두께 설계상 50cm이상 실제 20cm 미만 ▲스키장 슬로프 방품림 수령 10년 이상 수목 5년 미만 수목 식재 등이었다.

 또 코오롱은 컨벤션센터와 콘도의 벽체 공사 및 단열창 등의 부실시공, 골프장 축대 지반침하, 리조트단지 내 도로 곳곳의 균열과 지반침하 등을 지적했다.

 오투리조트 관계자는 "시공사가 모래를 지나치게 얇게 깔아 잔디생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코스관리에도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됐다"며 "스키장의 경우도 활착이 불가능한 바위주변에 식재하는 등 부실시공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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