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광복절 메시지는 '할 수 있다'…자긍심 고취에 방점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6.08.15. myjs@newsis.com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매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하반기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밝히고, 평화통일과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각각의 골자로 하는 대북(對北)·대일(對日) 메시지를 던져 왔다.
그러나 올해는 36년의 식민통치를 극복해 오늘날 주요 20개국(G20)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갖고,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자는 요지의 대내(對內) 메시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취임 후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이 이뤄낸 오늘의 대한민국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면서 스마트폰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우수성, 한류 열풍,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발전상을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헬조선'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자기비하적 풍조와 패배주의가 만연한 사회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불신과 불타협,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들로 사회를 혼란시키는 일도 가중돼 가고 있다"면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국론분열 등 남남(南南)갈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이같은 언급은 안보와 경제 위기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국민들이 너무 위축돼 있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2016 리우하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상영 선수 얘기를 거론하며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조하는 등 박 대통령이 최근 부쩍 국민 자긍심 고취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다"며 "이제 다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으로 함께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신념과 긍지를 토대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변화와 개혁의 과제를 완수해 내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슴에 품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가자" 등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며 자주외교 노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사드 배치 논란을 두고 미·중 패권 다툼에 '새우등 터지는 한국'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사드 배치를 당연한 자위권 행사의 시각을 가져 달라는 주문이다. 주변 강대국간 갈등에 우리 안보 문제가 끌려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또 "사드 배치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라고 거듭 천명하면서 "우리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의 주역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능동적이고 호혜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해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처럼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내 메시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대일 메시지 분량은 크게 축소됐다.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언급 정도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만큼 합의안의 충실한 이행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정도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북 메시지의 경우도 핵개발 중단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등을 촉구하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지만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식으로 화법이 변화한 점이 눈에 띄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반면 북한 당국에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남 도발 위협을 즉각 중단하기 바한다"며 "북한 당국은 더 이상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할 권리를 외면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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