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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야근 당연?…"출근하면 2박3일"

등록 2017.02.10 11:29:29수정 2017.02.10 11: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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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일주일에 2번 출근. 아침에 회사가면 1박2일, 2박3일 일했다."(N사 재직 직원)

 "야근·철야·주말근무를 너무나 당연시하는 근무환경은 개선이 필요하다."(N사 퇴직 직원)

 9일 노동건강연대가 지난해 11월 넷마블 전·현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2016년 게임산업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증언이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으며 재직자 269명, 퇴직자 261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넷마블 월평균 노동시간은 재직자의 경우 236.8시간, 퇴직자의 경우 279.4시간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5인이상 상용직근로자 178.4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설문조사 주관식 응답에는 '넷마블 근무 중 일주일 2번 출근 1년을 일했다. 2번 출근이란 게 아침 회사 나가면 2박3일 내지 3박4일 일한 것' '쉬지 못하고 일하다가 우울증 오고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되면서 결국 퇴사했다. 그런데 퇴사날까지 야근했다' '집에 좀 제시간에 보내달라' '과로사 할 것 같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장시간 노동에 대한 회사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재직자(163명·58.8%)와 퇴직자(244명·91.0%) 모두 '많이, 오래 일하는 것 장려'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설문조사 주관식 응답에는 '말로만 불필요한 야근, 주말출근 근절하지 말고, 업무량을 줄이거나 살인적인 스케줄을 개선하라' '10시면 일하라고 방송. 2시면 일하라고 방송. 7시엔 왜 퇴근하라 안하나'는 등의 불만이 나왔다.
 
 그런데도 회사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야근비나 휴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직자의 경우 연장 근로 수당, 휴일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각각 66%, 56%로 절반을 넘었다.

 설문조사 주관식 응답에는 '열정과 게임에 대한 책임감으로 일한지 2년차, 노동의 댓가를 돈으로 보상해달라. 업무 외 시간수당을 달라' '10시에 퇴근해도 교통비 만원, 12시 넘어서 퇴근해도 교통비 만원만 준다. 아무 돈도 안 받고 야근하는 셈'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화려한 게임 산업의 이면에는 나쁜 노동현실이 있다"며 "게임이 상상을 초월하는 연장근로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각종 질환을 호소하고 있으며 급기야 돌연사까지 발생했다"며 "사람을 끊임없이 소모시키는 방식의 제작환경과 노동환경을 이제 넘어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바꾸는 법률적 대안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넷마블측은 이번 설문조사를 두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는 구글 닥스(Google Docs)를 통해 진행된 것으로 누구든 설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넷마블 몇몇 직원이 과로사했다는 것도 유족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예전에 회사가 경영위기를 겪을 당시 있었던 분위기가 과장돼 오해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지난 7일 넷마블은 넷마블컴퍼니(넷마블게임즈 및 계열사 전체) 2월 정례 경영포럼(넷마블컴퍼니 경영진 협의체)에서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내놨다.
 
 개선안에는 ▲야근 및 주말근무 금지 ▲탄력근무제도 도입 ▲퇴근 후 메신저 업무지시 금지 ▲종합병원 건강검진 전 직원 확대시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오는 13일부터 넷마블컴퍼니 전체에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는 "대대적인 인력확충을 통해 일하는 문화 개선에 힘썼지만 회사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개선효과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특히 인수한 소규모 개발회사에서의 개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권 대표는 "지난 1년간 조직문화 및 근무환경을 면밀히 진단했다"면서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뛰어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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