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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희귀 습지가 죽어간다'···문경 '돌리네' 보존대책 시급

등록 2017.03.02 15: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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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뉴시스】김진호 기자 = 국내 유일의 경북 문경시 굴봉산 돌리네 습지 전경. 2012년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개설되면서 사과밭과 오미자밭 등 개간면적도 늘고, 농약사용 및 인위적 관개수로 개설 등이 맞물리면서 습지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2017.03.02 (사진= 문경시 제공) photo@newsis.com 

【문경=뉴시스】김진호 기자 = 국내 유일의 경북 문경시 굴봉산 돌리네 습지 전경. 2012년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개설되면서 사과밭과 오미자밭 등 개간면적도 늘고, 농약사용 및 인위적 관개수로 개설 등이 맞물리면서 습지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2017.03.02 (사진= 문경시 제공) [email protected]

【문경=뉴시스】김진호 기자 = 국내 유일의 경북 문경시 굴봉산 돌리네 습지가 죽어가고 있다.

 이 곳이 처음 발견된 이후 6년이 지나도록 관계기관에서 마땅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해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만들어지고 밭 개간 면적도 크게 늘었다.

 특히 습지내 경작지에 대한 농약 사용 및 인위적 관개수로 개설 등이 맞물리면서 습지 파괴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2일 문경시에 따르면 굴봉산 돌리네 습지는 국내 유일 석회암 습지로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습지(wetland)는 일정 기간 이상 물에 잠겨 있거나 젖어 있는 지역, 돌리네(Doline)는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침식되면서 지표면이 접시 모양으로 우묵하게 팬 웅덩이 지역을 일컫는다.

 석회암은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내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석회암 지형은 물을 담지 못하고 움푹 파이거나 동굴 형태를 띤다.

 그러나 굴봉산 습지는 물이 잘 투과하지 못하는 점토 성분의 석회암 풍화토가 쌓이면서 논농사가 가능할 정도의 물이 웅덩이에 항상 차 있다.

【문경=뉴시스】김진호 기자 = 국내 유일의 경북 문경시 굴봉산 돌리네 습지에 야생화가 피어 있다. 2012년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개설된 이후 밭 개간 면적이 크게 늘면서 습지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2017.03.02 (사진= 문경시 제공) photo@newsis.com

【문경=뉴시스】김진호 기자 = 국내 유일의 경북 문경시 굴봉산 돌리네 습지에 야생화가 피어 있다. 2012년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개설된 이후 밭 개간 면적이 크게 늘면서 습지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2017.03.02 (사진= 문경시 제공) [email protected]

 북미나 동유럽에서 석회암 지형중 규모가 큰 우발레(Uval·2개 이상의 돌리네가 침식작용으로 합쳐져 만들어진 커다란 웅덩이)나 폴리에(Polie·다수의 포리에 또는 우발레가 합쳐져 만들어진 분지)에 습지가 형성된 것은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문경의 굴봉산 습지처럼 규모가 작은 돌리네에 습지가 형성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굴봉산 습지는 수직 절리가 발달하고 배수구가 분포해 습지 형성이 어려운 곳에 만들어졌다.

 인근 하천보다 120m 높은 해발고도 270~290m 지점의 굴봉산 산정부에 위치한다. 고인 물은 측면 싱크홀(배수구)과 동굴을 통해 능선 너머에 있는 용천(유출구)으로 빠져 나간다.

 또 지형·지질학적 가치가 우수할 뿐만 아니라 습지생태계와 초원생태계, 육상생태계가 공존한다.

 수달, 담비, 붉은배새매, 새매, 구렁이 등 6종의 멸종위기 동물과 쥐방울덩굴, 낙지다리, 들통발 등의 희귀식물을 포함해 총 731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문경=뉴시스】김진호 기자 = 국내 유일의 경북 문경시 굴봉산 돌리네 습지 웅덩이에 관개용 수로가 개설돼 있다. 2012년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개설된 이후 밭 개간 면적이 크게 늘었다. 이곳에서 농업용수를 끌어다 쓰면서 습지가 눈에 띠게 말라가고 있다.2017.03.02 (사진= 문경시 제공) photo@newsis.com

【문경=뉴시스】김진호 기자 = 국내 유일의 경북 문경시 굴봉산 돌리네 습지 웅덩이에 관개용 수로가 개설돼 있다. 2012년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개설된 이후 밭 개간 면적이 크게 늘었다. 이곳에서 농업용수를 끌어다 쓰면서 습지가 눈에 띠게 말라가고 있다.2017.03.02 (사진= 문경시 제공) [email protected]

 환경부는 이처럼 세계적으로 희귀하면서도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굴봉산 습지를 2011년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견했다.

 그러나 40만㎡ 규모의 사유지를 매입해야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습지생태계가 크게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경시는 굴봉산 습지 발견 이듬해인 2012년 6월 굴봉산 습지에 밭기반조성공사를 시작했다. 습지를 가로질러 농경지를 잇는 콘크리트 길을 만들었다.

 시 관계자는 "굴봉산 습지 조사 이후 이곳을 어떻게 보호하겠다는 환경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었다"며 "따라서 당시 추진 중이던 밭기반조성공사를 중지할 법적 근거가 없어 그대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콘크리트 길이 뚫리면서 영농환경이 좋아지자 주민들은 습지에 대한 본격적인 개간을 시작했다.

 오미자밭과 사과밭이 크게 늘었다. 필요한 농업용수는 습지 웅덩이에 있는 물을 양수기로 끌어다 사용했다.

【문경=뉴시스】김진호 기자 = 국내 유일의 경북 문경시 굴봉산 돌리네 습지 인근에 농기계가 놓여 있다. 2012년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개설된 이후 농기계 출입으로 식생대가 파괴되고 있다. 2017.03.02 (사진= 문경시 제공) photo@newsis.com 

【문경=뉴시스】김진호 기자 = 국내 유일의 경북 문경시 굴봉산 돌리네 습지 인근에 농기계가 놓여 있다. 2012년 습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가 개설된 이후 농기계 출입으로 식생대가 파괴되고 있다. 2017.03.02 (사진= 문경시 제공) [email protected]  

 농작지에 대한 농약 사용을 비롯해 농기계 출입로 개설, 인공 관개수로 건설 등으로 습지가 급속히 파괴됐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문경시가 굴봉산 습지 탐방에 이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문경시는 굴봉산 습지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국가차원에서 보전·관리해 줄 것을 주민들의 건의서를 첨부해 환경부에 건의했다.

 환경부의 검토 의뢰를 받은 국립습지센터는 지난해 11월 30일 문경 돌리네 습지가 습지보호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합당하고, 남사르 습지 등재기준을 충족한다고 환경부에 보고했다.

 시는 3일 산북면에서 환경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주민설명회를 또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굴봉산 돌리네 습지는 현재 주민 67명(106필지 40만㎡)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다. 이들로부터 부지 전체를 매입할 경우 15억~1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시 관계자들은 추산한다. 

 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습지가 파손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앙정부 차원의 매입비 지원 등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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