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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KBS교향악단, '합창'으로 미리 맞춘 새로운 合 [객석에서]

등록 2025.12.31 14:30:25수정 2025.12.31 14: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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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정명훈 내년부터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마음 놓고 연주" 공언…약속 엿본 무대

[서울=뉴시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5.12.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5.12.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휘자 정명훈(72)이 앞으로 3년간 이끌 KBS교향악단의 방향은 '단원들이 마음 놓고 연주하는 악단'이라는 그의 목표와 가까워보였다. 그는 단원 각자의 음색을 살리면서도 전체를 한 덩어리의 앙상블로 묶어내는 무대를 이끌었다.

지난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은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제 10대 음악감독과 악단의 호흡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한곡으로만 구성됐다. 정명훈이 이 곡을  KBS교향악단과 함께 올린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여러 오케스트라가 선택하는 '합창'은 대표적 송년 레퍼토리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창단 70주년과 새 음악감독 취임을 앞둔, 다른 차원의 무대였다.

곧게 뻗어가는 관악의 힘있는 울림 위에 현악이 탄탄한 기반을 틀고, 타악이 긴장을 더하며 전체의 흐름을 만들었다. 연말의 의례를 넘어,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1악장은 출발이 다소 흔들렸다. 관악과 현악이 서로를 감싸기보다는 각자의 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고조를 시도했다. 정명훈은 과열되지 않도록 호흡을 눌러가며 균형을 잡았고, 곡의 방향이 점차 단단해졌다. 여러차례 이 작품을 지휘해온 경험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서울=뉴시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5.12.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5.12.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악장에서는 팀파니가 중심을 잡으며 긴장감이 이어졌다. 경직됐던 오케스트라의 몸도 점차 풀리면서 리듬의 탄력이 살아났다. 이어진 3악장은 대비가 분명했다. 정명훈은 세밀한 강약 조절을 주문했고, 음향의 밀도를 낮추면서 서정적인 선율이 이어졌다.  현악과 목관이 주고 받는 대화는 부드럽고 온화한 연말의 정서를 떠올리게 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4악장이었다. 저현악이 만든 묵직한 흐름 위로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에 기초한 '환희의 송가'가 더해지면서 곡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바리톤 김기훈이 '더 즐겁고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라고 외치자 악단은 이를 의식하듯 더욱 힘찬 선율로 공연장을 메웠다.

차곡히 쌓이는 음들과 김기훈을 비롯해 소프라노 최지은,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손지훈과 고양시립합창단·서울모테트합창단·안양시립합창단이 만들어낸 화음은 장대한 울림을 완성했다. 객석은 즉각적인 환호로 응답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5.12.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5.12.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앙코르는 4악장의 코다(악장 끝부분에 맺음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악구)가 다시 연주됐다. 여운을 길게 남기려는 선택이었다. 정명훈은 공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 돌리고, 가슴에 손을 얹어 관객에게 차분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공연은 하나의 완결된 '합창'이었을 뿐 아니라, 새 음악감독 체제에서 악단이 추구할 방향을 드러낸 무대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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