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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리알 폭락 항의 시위 사흘째 대학생 가세…“독재자에 죽음을”

등록 2025.12.31 07:35:45수정 2025.12.31 08: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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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최소 6개대학 학생들 가세…테헤란대에서는 보안군과 충돌

페제시키안 “정당한 요구 귀기울여야” 유화 제스처속 대응 부심

트럼프·네타냐후, 핵 프로그램 재개시 새로운 조치 압박

[테헤란=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상인·자영업자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이란의 통화 가치가 미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폭락하자 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이틀째 항의 시위에 나섰다. 목격자들은 경찰의 강제 진압이나 단속은 없었지만, 시위 현장에는 보안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2025.12.31.

[테헤란=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상인·자영업자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이란의 통화 가치가 미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폭락하자 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이틀째 항의 시위에 나섰다. 목격자들은 경찰의 강제 진압이나 단속은 없었지만, 시위 현장에는 보안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2025.12.31.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이란 국민들은 물가상승과 리알화 가치 폭락 등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면서 대학생들도 합류했다.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국가를 휩쓴 심각한 경제 위기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사흘째 시위를 이어갔다.

리알화 가치 하락에 분노한 상인들이 여러 도시에서 거리로 나선 후 시작된 이번 시위는 ‘자유’와 ‘독재자 죽음’ 등 구호도 등장했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30일 테헤란의 대학생들이 시위에 합류했다.

현지 언론 보도와 학생 단체들의 NSN 게시물에 따르면 30일 수도 테헤란의 최소 6개 대학 캠퍼스와 이스파한, 야즈드 등지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다.

게시물에는 시위대가 “자유! 자유! 자유”와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모두 함께다”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테헤란대 인근에서 학생들과 보안군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북서부의 과학문화대에서는 학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소셜 미디어에 올랐다고 WSJ이 보도했다.

WSJ 모회사인 뉴스코프 소유의 스토리풀은 테헤란 주요 공항 인근 철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모여 항의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이란 페르시아만 연안의 케슘섬과 이란 서부의 하메단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 폭격에 가담했던 6월 12일간의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이란 지도부는 경기 침체로 인한 국내 압력 증가와 더불어 제재 등 위협에도 직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 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려 할 경우 미국은 이란에 대한 새로운 조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리알화 약세, 극심한 인플레이션, 국제 제재와 물 부족과 전력난 등 내부에 산적한 문제에 대한 대응에도 고심하고 있다.
 
WSJ은 6월 이스라엘과 벌인 짧은 전쟁은 이란 정부의 취약성과 이스라엘 스파이의 침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이란 정부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해외 적대 세력에 대한 억지력이 무너졌고, 국내에서 직면한 모든 불만 사항들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전쟁 이후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자행해 왔으며 민중 봉기를 막기 위해 올해에만 거의 40년 만에 가장 많은 반대파 인사들을 체포하고 처형했다.

리알화 통화 가치 하락은 특히 심각한 문제로 사람들의 저축을 저해하고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리알화는 6월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가치의 60%를 잃었다.

28일 이란 리알화는 달러당 142만 리알로 급락한 뒤 29일에는 138만 리알로 소폭 상승했다.

시라즈에 사는 한 부동산 중개인(41)은 통화 가치 하락이 식료품 가격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키고 계좌에 들어오는 돈은 가치 하락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란 경제 문제의 핵심은 강력한 국제 제재다.

올해 초 이란과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제재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었지만 협상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가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일자리 창출보다는 공무원 급여 지급을 우선시하는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이 예산안은 소셜 미디어에서 이란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의원들 사이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테네시대 채터누가 캠퍼스의 사이드 골카르 부교수는 “정부는 성직자와 군부에 기반을 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실 인사에 의존하고 있다”며 “나머지 국민에 대해서는 억압만이 유일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난, 여성에 대한 억압, 물 부족 문제 등으로 인해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발생했으나 종종 유혈 진압과 체포로 무자비하게 진압해 왔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이번 민생 시위에 대해서는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9일 SNS를 통해 내무부 장관에게 시위대의 정당한 요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영 통신 IRNA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30일 노조, 노동조합, 상공회의소 대표 등과 만났다.

그는 “여러분들의 반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며 “”정부가 지난 몇 년간 누적된 문제들을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지라니는 30일 기자들에게 테헤란이 시위 주최 측을 포함한 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요즘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싸우고 있는지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시위와 위기, 그리고 여러 제약들을 보고 듣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31일 31개 주 중 18개 주에서 대학, 관공서 및 상업 시설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에너지 절약과 추운 날씨에 대한 안전 확보를 위한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시위를 억압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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