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4년 전 홍명보와 닮은 듯 다른 신태용···받아 든 '독배'
【서울=뉴시스】U-20 월드컵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4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신임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사진은 지난 5월 19일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1차전 기니와의 첫 경기를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최종예선이 끝난 뒤 최강희 현 전북 감독이 예정대로 사령탑에서 물러나자 홍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당시 홍 감독의 인기는 선수 시절 못지않았다. 홍 감독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내자 '언젠가는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을 것'이라는 기류가 형성됐다.
올림픽에서 홍 감독의 성공을 직접 확인한 국민들의 기대는 상당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78%가 홍 감독의 선임은 잘 한 일이라고 답했을 정도였다.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민들의 입방아에 쉽게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78%는 꽤 높은 수치였다.
큰 기대 속에 출전한 브라질월드컵은 글자 그대로 참담했다. 홍명보호는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겼지만 1승 상대로 여기던 알제리에 2-4로 참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알제리전에서는 전반에만 3골을 내줬다.
사실 1년 뒤 대업을 앞둔 대표팀 사령탑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새 얼굴을 뽑을 수도, 여러 전술을 대입하기도 어렵다.
결국 홍 감독은 익숙한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고, 처참한 실패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의리 축구'라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영웅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홍 감독은 그렇게 한국 축구계와 멀어졌다.
올 여름에도 4년 전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후임으로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신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홍 감독과 마찬가지로 1년 뿐이다. 소집이 자유롭지 않은 대표팀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고. 이를 극대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신 감독이 처한 상황은 홍 감독보다 좋지 않다. 홍 감독은 최종예선 직후 부임해 오롯이 월드컵 본선에만 집중할 수 있었지만, 신 감독은 직접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4회 홍명보 자선축구 경기를 마친 후 홍명보 이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27 [email protected]
홍 감독의 실패와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려운 본선 진출 확률에도 신 감독은 지도자 인생을 건 모험을 택했다. 고꾸라질 경우 재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도 그는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신 감독이 홍 감독에 비해 그나마 유리한 점은 이미 선수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2014년부터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내면서 현재 대표팀 구성원들을 잘 알고 있다.
본인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몇 차례 소방수로 나섰던 경험 또한 장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과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16강 진출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신 감독이) 큰 성공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결과를 냈다.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6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청사진을 밝힐 예정이다. 지도자 인생을 건 신 감독의 도박은 어떻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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