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제압 과정서 숨져…호텔 보안요원 실형
재판부 "제지 방법 제대로 숙지못했다"
제지 명령한 보안실장은 집행유예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객실 초인종을 누르고 돌아다니던 조현병 환자를 제압하다 숨지게 한 호텔 직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호텔 보안요원 이모(31)씨와 보안팀장 강모(34)씨에 대해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조현병을 앓던 A씨는 지난해 8월11일 오전 3시께 송파구의 한 호텔에 들어와 각 층을 돌아다니며 객실 초인종을 눌러댔고 이씨와 강씨가 31층 복도에서 A씨를 제압했다.
당초 이들은 A씨에게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내려가자고 권유했지만 이를 거부한 A씨가 이씨의 턱을 치면서 상황이 격해졌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가 목을 감싸안아 조르고 강씨가 왼팔을 뒤로 꺾는 등 A씨를 넘어뜨린 뒤 두 사람은 목과 머리 등을 누르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A씨를 제압했다. 위에서 누르는 등의 행위는 몸싸움이 시작된 뒤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피해자에게 수갑을 채울 때까지 13~14분 가량 유지됐다.
경찰은 A씨에게 수갑을 채운 뒤 응급상태인 점을 발견해 심폐소생술에 들어갔지만 A씨는 병원 이송 과정에서 심정지 상테에 이르렀고 결국 사망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장시간 바닥에 엎드리게 한 채로 압박해 질식사한 사안으로 결과의 중대함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호텔의 안전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만큼 A씨를 제지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제지 방법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업무에 임하다가 사고에 이르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씨가 피해자의 조현병 증세와 3일 전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았던 점 등도 사망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질식과 상관관계가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또 함께 기소된 보안실장 홍모(58)씨에 대해서는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홍씨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의 모습을 관찰하다 이씨와 강씨에게 제지를 지시하고 A씨가 움직일 때 발을 잡았다.
재판부는 "호텔에 무단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더라도 가장 피해가 적은 방법으로 안전을 유지해야 함에도 다수의 사람이 피해자를 엎드리게 하고 압박하는데 합세했다"며 "다만 호텔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려다가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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