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세훈 재판후 '靑과 상고법원 빅딜' 음모 짰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개입 의혹 '정점'으로 의심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상고법원 설립 등 현안과 연계하려한 정황
원세훈 2심 판결 전후 BH와 정보·의견 교환
靑 '희망사항' 전달…행정처 "의중파악 노력"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의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로 청와대(BH)와 의견을 나누고 해당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당시 대법원 최대 현안이었던 상고법원 설립 문제와 원 전 원장의 상고심 재판을 결부지어 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려한 흔적도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2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공개한 추가조사 보고서를 통해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사건과 관련해 BH 등 각계 동향 파악을 한 문건이 있다고 밝혔다.
해당 파일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1심의관 컴퓨터의 2014년 폴더에서 발견됐다. 작성 시기는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의 항소심 선고일 다음날인 2015년 2월10일이다.
문건에는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에 걸쳐 BH와 여야 각 당, 언론, 법원 내외부 동향과 반응을 파악해 정리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BH가 항소심 선고 전 관련 내용을 문의했고 법원행정처는 우회적·간접적으로 항소심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문건에는 'BH의 최대 관심 현안 → 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하면서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전망 문의'라고 돼 있고, '법원행정처 →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우회적·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 의중 파악 노력. 1심과 달리 결과 예측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으로 적혀 있다. 이는 민정 라인으로 통해 보고됐다고 돼 있다.
또 판결 선고 이후에는 BH의 희망 사항에 대해 사법부 입장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고 후 당시 BH가 내부적으로 크게 당황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침묵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큰 불만을 표시하고 향후 결론에 재고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 회부를 희망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특정 판사들을 뒷조사한 문건이 있다고 의심 받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조사한 결과 발표를 앞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018.01.22. [email protected]
원 전 원장 판결 관련 향후 대응 방향도 담겼다. 법원행정처는 1심과 2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계획으로 '기록 접수 전이라도 특히 법률상 오류 여부 면밀히 검토 → 3개월 최대 준수해 신속 처리' 방침을 적었다.
당시 대법원이 추진하던 상고법원과의 관련성도 고안됐다. 문건에는 '상고심 판단이 남아있고 BH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 → 발상을 전환하면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 '상고법원 관련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 모색 → 다만 역풍 가능성 극히 우려' 등이 담겼다.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사건 항소심 선고 전후 특정 외부기관과 사이에 특정 재판에 관한 민감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며 "항소심 판결 선고 전 BH 문의로 담당재판부 의중을 파악하거나 파악해 알려주려 했다는 정황, 선고 후 BH 희망에 대해 사법부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BH 동향을 파악하려고 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부분은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며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받았다. 반면 2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유죄로 판단,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증거능력 인정 여부 문제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은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재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5번째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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