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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발레여신' 자하로바, 은퇴? 오늘이 시작!

등록 2018.10.29 20: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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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발레여신' 자하로바, 은퇴? 오늘이 시작!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은퇴? 그 대답을 할 수 있는 건 신밖에 없다. 내가 예측할 수 없다. 오늘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마흔살, 한국에서는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됐음'을 뜻하는 불혹은 무용수에게 은퇴 나이다.

올해 마흔살이 된 '세기의 발레 여신'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는 이미 숱하게 받았을 은퇴 질문에도 귀 기울이며 정성껏 답했다.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러시아에서는 '당신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만큼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한다'는 표현이 있다"면서 "나는 아직까지 학생이라는 느낌이 있다. 배울 것이 많다. 새로운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내내 웃는 얼굴로 겸손했지만 자하로바는 발레에 관심 있는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세기의 무용수다. 갈리나 울라노바(1910~1998), 마야 플리세츠카야(1925~2015)의 뒤를 이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프리마 발레리나 아졸루타' '안나 파블로바의 재림' '제2의 갈리나 울라노바' '마야 플리세츠카야의 후예' 등 수많은 별칭으로 불린다. 세계 정상급 발레단인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겸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 에투알이다.

173㎝의 키, 긴 팔다리, 작은 얼굴로 '신이 내린 몸'이라는 평과 함께 '천상의 발레리나'로 칭송받는 관객을 홀리는 연기와 기술로 글로벌한 대중적인 인기도 누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과 유니버설발레단(UBC)이 11월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에서 자하로바가 '니키아'를 맡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무용계가 들썩 거린 이유다.

'마흔살 발레여신' 자하로바, 은퇴? 오늘이 시작!

자하로바가 발레 전막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 것은 2005년 볼쇼이발레단 '지젤' 이후 13년 만이다. 티켓은 오픈되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가 출연하는 2회차가 단숨에 매진됐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객원 무용수를 초청할 때 한국 관객이 어떤 무용수를 보고 싶어할까 고민하다"며 자하로바의 드높은 명성을 언급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객원 무용수로 '라 바야데르'에 출연하는 자하로바가 한국발레단과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입국한 그녀는 피곤한 몸에도 이날 낮에 리허설에 참여하는 등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하로바는 "발레단과 호흡을 맞춰보니 분위기가 좋아 기뻤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유럽의 발레단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특히 고전발레는 세계 어디든 큰 차이가 없으니 더 그렇다"고 했다. "발레단마다 특별한 규칙이 있어 거기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즐거워했다.

우크라이나 출생으로 15세 때 최연소 참가자로 '바가노바 프릭스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해 러시아 양대 발레단 중 하나인 마린스키발레단 산하 명문 바가노바 발레학교에 입학했다. 엄격한 교수법으로 유명한 발레학교에서 개교 이후 처음으로 월반한 우등생이 됐다.

열일곱살 때인 1996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 1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2003년 러시아의 양대 발레단의 또 다른 축인 볼쇼이 발레단으로 이적했다. 20여 년에 걸쳐 마린스키, 볼쇼이 발레를 섭렵하며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마흔살 발레여신' 자하로바, 은퇴? 오늘이 시작!

발레계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2005년과 2015년 두 번이나 차지했다. 이 상의 심사위원이기도 했다는 자하로바는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잘못이 있으면 고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발레는 육체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종의 육체 노동이고, 운동 선수에 가깝게 운동한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기본 체력을 키우고 기본 운동도 많이 한다."

'라 바야데르'는 고전발레의 아버지인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의 작품이다.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감자티 공주와 최고 승려 브라민 등 엄격한 신분 제도 속 사랑과 배신을 그린다.

자하로바와 함께 5년 간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데니스 로드킨이 솔로르 역으로 이번에 함께 한다. 영화배우 제임스 맥어보이를 닮은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그는 이번이 첫 내한이다. 지난해 이 역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남성무용수상을 받은 정상급 무용수다

자하로바는 후배 로드킨에 대해 "잠재력이 크다"고 여겼다. "처음에는 내가 선생님처럼 굴었다. 계속 설명을 하게 되니까. 그런데 습득력이 워낙 좋은 무용수다. 이제 설명이 필요가 없다." 로드킨은 선배 자하로바의 호흡에 대해 "즐겁고 배울 수 있는 것이 항상 많다. 그래서 난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만족해했다.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부예술감독과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맺은 인연을 언급한 자하로바는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특히 영광스럽다며 싱글벙글이다. "한국 팬들은 나를 TV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이렇게 뵙게 돼 더 기쁘다. 그래서 한국 팬들의 반응이 어떨지 더 궁금하다. 앞으로도 한국에 더 자주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마흔살 발레여신' 자하로바, 은퇴? 오늘이 시작!

자하로바는 내년 10월 26,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남편인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47)과 호흡을 맞추는'투 애즈 원'을 공연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라 바야데르'는 세종문화회관 4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자하로바와 로드킨은 11월1일 첫 공연과 마지막 날인 4일 공연을 장식한다.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11월3일), 홍향기와 이현준(11월2일), 김유진과 이동탁(11월3일) 등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들도 니키아와 솔로르로 각각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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