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고사 막는다더니…수도권大 손 못 대는 교육부
학생충원 문제 없는 수도권…평가서 유리한 고지
재정지원 연계 감축 '강제 無'…부실대 퇴출 난망
교육부 "2주기 1만명 감축 목표 달성 어려울 듯"
【청주=뉴시스】지난해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옛 대학구조 개혁 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 사항.2019.05.02 (사진=교육부 제공)
학생들이 몰리는 수도권 대학들은 교육부 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얻어 정원감축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인 데다, 중·하위권 대학들만 국고사업 지원을 얻기 위해 정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일부 중·하위권 대학들이 국고사업 미참여시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다는 것도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중위권 역량강화대학·전문대학 66개교 중 22개교가 406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입학정원 3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조개혁 2주기(2017~2019년)인 이번에 실제 이 대학들이 추가로 줄여야 할 입학정원은 1500명이다. 1500명(4년제 1100명·전문대 400명)은 이미 지난 1주기(2014~2016년) 때 감축했기 때문에 교육부는 덜 줄여도 된다고 고지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간 3주기에 걸쳐 대학 입학정원을 16만명 감축하는 전체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1주기에도 국고사업과 연계해 4만1943명 가까이 줄인 바 있다. 해당 국고사업에 참여하려면 정원을 최소 4% 이상 줄이도록 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시작된 2주기(2017~2019)는 혁신지원사업과 연계해 중·하위권 대학의 정원을 집중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재정지원 규모는 8595억5500만원(4년제 5687억5500만원·전문대학 2908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상위권인 자율개선대학은 추가 평가없이 사업비를 지원했다. 4년제 10%, 전문대학 7% 정원감축 권고를 받은 중위권인 역량강화대학 66개교 중 3분의 1인 22개교만 선정해 406억원을 지원했다.
이번에 사업에서 탈락한 대학들의 경우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 교육부의 국고사업 연계 정원감축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2주기에 총 1만명을 줄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2주기 기본역량진단 때 1주기 정원감축 이행하지 않은 대학은 감점했기 때문에 3주기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21년부터 대학에 입학할 자원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각 대학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2021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학생 수가 대학정원 이하로 급감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30%는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 여파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 1주기 때에도 지방대학의 출혈이 눈에 띄게 컸다. 4년제 지방대학 121개교는 1만6914명(77%)를 감축했지만 수도권 71개교는 4953명(22.6%), 서울 소재 대학은 1645명(7%)를 줄이는데 그쳤다.
결국 3주기 평가에서 지방보다 수도권대학 입학정원을 줄이지 못한다면 과밀 현상을 해소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학생들은 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로 몰리는 상황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위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우려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지역대학은 지역사회 경제와도 밀접하기 때문에 지역 공동화도 따른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육부는 오는 7~8월 3주기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국고사업과 연계해 중하위권, 지방대만 정원을 줄이는 기조가 유지될지, 수도권 대학도 함께 정원감축을 감내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 정원을 강제로 줄일 수 없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었다"며 "앞으로도 학생과 학부모 선택에 따라 특성화를 해내지 못하는 대학은 정리되는 시장규제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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