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막지 않는 빨갱이" 외친 50대…1심 벌금형
공공장소에서 소란 피운 혐의 받아
경찰관에게 상해 입힌 혐의 무죄
1심 법원 "적법한 체포 절차 아냐"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박준민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상해,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7)씨에게 마지막 혐의만 인정해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서울 지하철 잠실역 대합실에서 "알고 보니까 문재인(대통령)은 빨갱이에요", "지금 중국산 우한폐렴을 막지 않잖아요"라고 외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A씨가 김씨를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하자 김씨는 이에 불응하면서 휴대전화로 A씨의 머리를 때리고 오른쪽 팔뚝을 깨문 혐의도 있다.
박 판사는 체포 과정을 고려했을 때 김씨의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경찰관은 김씨에게 적용된 '인근 소란으로 인한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범인의 주거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만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체포 전엔 피의 사실을 알리고 피의자에게 변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피의 사실을 고지하기 전 김씨에게 신분증 제출을 요구하고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도 물었다고 한다. 김씨는 본인이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았다고 답하고 A씨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의도를 되물었다.
대답을 않던 경찰관은 신분증을 재차 요구하면서 그제서야 김씨의 구체적인 혐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3회 경고에도 신분증을 제출하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한 뒤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 판사는 "김씨가 앞서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이미 분명히 말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김씨에게 주거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설명했더라도 김씨가 신원을 밝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가 피의 사실 고지와 동시에 이뤄진 신분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도 A씨가 1분도 지나지 않아 김씨의 주거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한 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의 피고인 체포 행위는 현행범 체포 요건과 절차를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김씨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상해를 가한 행위는 불법 체포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봤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검찰과 김씨 측은 쌍방 항소를 제기해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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