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손 들어준 통상임금 판결…기업들 "성과급 없애야"

이미 각 업계별로 통상임금과 관련해 판결이 엇갈린 사례를 경험한 가운데 이번 판결로 추가적인 소송이 잇따르면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임금체계를 아예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이번 판결로 조선업계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명절상여금 100%를 통상임금으로 판단한 만큼 이들 역시 통상임금 범위가 기존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노조와의 임단협을 진행하는 데 있어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잔업 등 연장근무를 하는데도 부담이 커졌다"며 "앞으로 일회성 비용을 지급하는 데 있어 이 역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을까 많은 고민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의 경우에도 현대중공업의 소송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미 통상임금과 관련한 이슈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센티브를 퇴직금에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진행된 1·2차 소송에서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엇갈린 판결을 받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등도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전자업계 역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의 경우 이미 이전에 통상임금에 포함시켰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경우 성과·매출에 따라 지급률이 달라지는 성과급에 대한 부분인 만큼 이번 판결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경기나 환율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인센티브에 통상임금이 될 수 있느냐는 게 쟁점인데 이는 기업들의 공통 이슈"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통상임금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다. 기아의 경우 1조원대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지난해 8월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현대차의 경우에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는 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노사 합의로 소송이 취하되기도 했다. 다만 여기서도 법원의 판결은 다소 엇갈렸다.
이 밖에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의 경우에도 엇갈린 판결 끝에 노사 합의로 통상임금 소송을 마무리했고 한국지엠도 비슷한 소송을 겪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법원 판결마다 사안마다 다르니 산업 현장에서는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근로자들은 지속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비슷한 사안을 겪은 항공업계도 기업 경영에 대한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들의 '어학수당'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바 있다. 대법원은 “승무원들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신의칙에 위배되므로 추가 법정수당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이 패소할 경우 그에 따른 기업의 현금유출 부담은 커진다"며 "또한 통상임금 산정 범위가 넓어질수록 기업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아직 통상임금과 관련한 이슈를 겪지 않은 기업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은 물론 향후 경영상 어려움, 혼란 등이 가중될 것"이라며 "관련해서 소모적인 논쟁과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기업에서는 통상임금, 정년연장, 최저임금 3가지가 이슈다.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성과급이 있는 제조업은 매년 경영상황이 항상 좋은 게 아니다. 어려울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여금 자체가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지면서 기본급을 올려 상여금을 없애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성과급이 없어진다면 경쟁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국내 임금체계는 대부분 '기본급+성과급'으로 정해져있는데 성과급을 없애고 기본급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바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급이 높아지고 성과급이 없어지면 서로 간의 경쟁이 약화될 수 있는 부분은 우려스럽다"며 "경쟁을 통해 팀장, 임원 등 고위직으로 올라가려는 동기 부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