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브랜드 탄생비화]60여년 역사의 국민치약, LG '페리오'
1954년 한국 최초의 치약 럭키치약 출시
1981년 페리오라는 이름으로 새로 바꿔
![[서울=뉴시스]1984년 페리오 치약 광고에 나온 페리오 치약의 모습.(사진출처: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캡쳐) 2021.12.25.](https://img1.newsis.com/2021/12/25/NISI20211225_0000900490_web.jpg?rnd=20211225173506)
[서울=뉴시스]1984년 페리오 치약 광고에 나온 페리오 치약의 모습.(사진출처: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캡쳐) 2021.12.25.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치약 대신 굵은 소금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굵은 소금을 으깨 작은 종지에 덜어 손가락으로 찍어 쓱쓱 닦아내고, 물로 한 번 시원하게 헹구는 게 양치질의 전부였다.
우리나라에 치약이 처음 들어온 것은 일본 라이온(LION)사에서 만든 가루 형태의 치분이 들어온 1889년이다. 하지만 일반인은 사용할 엄두도 못 낼 귀한 제품으로 궁궐에서나 사용됐다.
그러다 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콜게이트' 치약으로 치약이라는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고가였기 때문에 일부 계층만 사용할 수 있었다.
1950년대 중반, 락희화학(LG화학의 전신)의 칫솔을 납품받던 상인들은 치약도 개발해 달라는 주문을 하곤 했다. 변변한 치약이 없으니 칫솔 판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LG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사장은 고심 끝에 오직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치약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류를 만들지 않으려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콜게이트다."
개발팀은 콜게이트를 비롯한 외제 치약들을 입수해서 밤낮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며 수많은 시험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1/12/25/NISI20211225_0000900488_web.jpg?rnd=20211225173434)
[서울=뉴시스]
그러나 구인회 사장의 마음에는 차지 않았다. 치약은 입안을 개운하게 하고 이물질을 헹궈내는 기능을 하는 것이지만, 한국사람 기호에 맞는 맛과 향기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연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여러 시도 끝에 우리 미각과 후각에는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향료가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스피어민트향이 첨가된 깨끗하고 상쾌한 느낌의 '럭키치약'이었다. 1954년 마침내 최초의 국산 치약인 럭키치약이 정식으로 출시됐다.
외제 치약에 비해 가격은 3분의 1로 저렴하고 품질은 동등한 럭키치약은 출시 3년 만에 콜게이트를 누르고 1위에 오르며 국산 치약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럭키치약 덕분에 난생 처음 치약을 사용하게 된 사람들도 많았다. 집집마다 칫솔 옆에 소금 그릇 대신 치약이 놓이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렇게 럭키치약은 우리의 양치 문화를 바꿔놓았다.
국내 치약시장은 10개에 가까운 국내외업체와 수십 개에 이르는 브랜드들이 경쟁을 펼치는 무한경쟁의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 치약은 시장점유율 40%를 달성하며 절대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고객보다 한발 먼저 찾아낸 LG의 개척정신에 있다. 1981년에 처음 출시돼 30여 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국내 최장수 1위 치약 '페리오'의 개발도 그렇게 시작됐다.
"럭키, 페리오 치약!"이라는 간결하고 발랄한 시엠송과 탤런트 김희애가 청서과를 시원하게 '아삭'하고 깨무는 초창기 페리오 치약의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대의 인기 스타를 기용해 발랄하고 상큼한 느낌을 전달했던 페리오 치약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서울=뉴시스]1996년 김희애가 출연한 LG페리오 치약 광고의 한 장면. (사진출처: LG 생활건강 홈페이지 캡쳐)2021.12.25.](https://img1.newsis.com/2021/12/25/NISI20211225_0000900492_web.jpg?rnd=20211225173914)
[서울=뉴시스]1996년 김희애가 출연한 LG페리오 치약 광고의 한 장면. (사진출처: LG 생활건강 홈페이지 캡쳐)2021.12.25.
럭키치약으로 오랫동안 선두를 점하고 있었지만 점차 경쟁 제품들이 약진해오자, 개발팀은 새로운 발상으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모두가 충치 예방에 초점을 맞출 때, 충치는 물론 잇몸질환까지 막아주는 제품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소 이름도 '잇몸의'(periodontal)라는 뜻의 '페리오'(periio)로 정했다. 고객들은 이 새로운 제품에 즉각적인 호응을 보내왔다.
이렇게 럭키치약은 1981년 페리오로 새롭게 이름을 바꿨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03년 페리오는 또다시 '최초'의 시도를 한다. 한 브랜드에 하나의 제품만 선보이는 것이 상식이던 시절, 페리오는 세 가지 제품을 출시했다. 각각 '충치예방' '구취제거' '잇몸보호'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었다. 각기 다른 기능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위해 맞춤형 처방을 하는 치약을 선보인 것이다. 이 제품 역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경쟁 제품들을 압도했다.
페리오 치약이 30여 년 간 1위를 고수하며 13억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차별화 전략 덕분이다. 13억 개라는 수치는 150g 치약을 일렬로 늘어놓았을 때 지구를 약 5.5바퀴 도는 거리와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며, 국민 1인당 약 26개의 치약을 사용한 셈이니 그야말로 '국민치약'으로 불릴만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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