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만으로도 새 역사…베이징올림픽 이색 도전자들
미국 티모시 르두, 동계올림픽 최초의 논바이너리 선수
아메리칸 사모아 선수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에 모두 출전한 네이선 크럼프턴
파이크 압디·리처드슨 비아노, 사우디아라비아·아이티 동계올림픽 데뷔
[내쉬빌=AP/뉴시스]미국 피켜스케이팅 대표팀 티모시 르두(오른쪽)와 애쉴리 케인-크리블. 2022.01.19.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올림픽은 출전만으로도 역사가 되는 꿈의 무대다. 고난과 역경을 견뎌 일정 수준에 도달한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명단에서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이들이 눈길을 끈다.
끊임없이 차별과 맞서야 했던 논바이너리 선수와 1년 내내 눈을 구경하기도 힘든 무더운 기후마저 이겨낸 주인공들이 올 겨울 세계에 선을 보인다.
최초의 논바이너리 선수, 티모시 르두
그 주인공은 미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의 티모시 르두다. 르두는 애쉴리 케인-그리블과 조를 이뤄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에 출전한다.
르두는 2019년과 2022년 전미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실력자다. 동시에 전미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최초의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이제는 동계올림픽 출전으로 또 한번 최초의 발자국을 남긴다.
NBC 스포츠에 따르면 르두는 이번 동계올림픽 출전에 대해 "사람들이 나에게 포커스를 맞추거나, 나를 두고 '이 정도 성취를 이룬 최초의 논바이너리 선수라고 말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이야기가 더 발전돼 성소수자들이 스포츠에서 보다 공개되고, 성공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린 항상 여기에 있었고, 항상 스포츠의 일부였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AP/뉴시스]아메리칸 사모아 스켈레톤 대표팀 네이선 크럼프턴. 2020.12.12.
아메리칸 사모아 최초 동·하계 올림픽 참가, 네이선 크럼프턴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가 나온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봅슬레이 2인승 대표로
크럼프턴의 베이징행으로 아메리칸 사모아는 28년 만에 동계올림픽에 출전 선수를 내보내게 됐다. 앞서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봅슬레이 2인승 대표인 파우가 무구티아와 브래드 킬츠가 아메리칸 사모아 선수 최초로 참가한 바 있다.
크럼프턴의 베이징 대회 출전이 더 의미 있는 건 그의 이력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남자 육상 100m에 참가, 아메리칸 사모아 출신으로는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에 모두 출전하는 최초의 선수가 된다.
크럼프턴은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격을 얻고, 아메리칸 사모아뿐만 아니라 동계올림픽에 자주 참가하지 않는 나라를 대표하게 돼 영광"이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지난 10년은 많은 좌절과 재정적 어려움, 부상이 있던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코르티나담페초=AP/뉴시스]아이티 알파인스키 대표팀 리처드슨 비아노. 2021.02.20.
사우디아라비아·아이티의 동계올림픽 데뷔…압디와 비아노
사우디아라비아의 파견 선수는 한 명이다. 남자 알파인스키 대회전 선수 파이크 압디가 그 주인공이다.
무더위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는 당연히 동계 종목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스키 선수 생활을 이어온 압디는 각종 예선을 통과해 베이징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추고 올림픽 데뷔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
리처드슨 비아노는 아이티 대표팀으로 올림픽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비아노 역시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종목에 출전한다.
아이티에서 태어나 3세 때 프랑스로 입양된 비아노는 2018년 프랑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지만, 아이티 스키연맹의 제안으로 고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며 아이티는 물론 카리브해 출신 최초의 동계올림픽 데뷔라는 역사를 열었다.
비아노는 "내가 있던 고아원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건 개인적인 보상 이상이 될 것"이라며 "아이티인들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다른 나라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꿈을 믿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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