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순간 없었죠" 유라의 기상청은 '언제나 맑음'
[서울=뉴시스] 유라. 2022.03.31.(사진=어썸이엔티, 앤피오엔터테인먼트, SLL 제공 )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걸스데이' 유라(30)는 지난 12년 연예계 생활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걸그룹으로 데뷔해 배우로 활동 중인 그에게 연기는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지난 작품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에는 연기 성장까지 이뤄 더 뿌듯한 나날이다. 유라는 JTBC 토일극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를 통해 오로지 인물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몰입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어려웠던 만큼 큰 매력을 느꼈고, 자신의 연기 인생에 가장 큰 힘이 돼준 드라마라고 했다.
유라가 연기한 '채유진'은 입체적인 캐릭터다. 극 초반 남자친구 이시우(송강)를 배신하고 결혼을 앞둔 한기준(윤박)과 바람피울 때는 빼도 박도 못 할 악역이지만 뒤로 갈수록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 됐다.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데 철없고 뻔뻔하다. 해맑고 생각 없어 보여도 쉽게 상처받고 주눅 든다.
"제 기준에서 유진이는 너무 나쁜 캐릭터예요. 그럼에도 저는 유진이를 사랑하고 이해해야 했어요. 바람이라는 첫 시작은 이해가 안 됐지만 그 뒤로는 나름 현실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이 저라면 유진이를 덜 밉게 그릴 수 있겠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어요. 최대한 나쁘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도 욕 많이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망할 캐릭터. 근데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기뻤어요."
극 중 채유진은 어머니의 재혼 후 자신의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싶었다. 새아버지와 동생이 진심으로 자신의 가족은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비혼주의 이시우와 이별을 결심한 이유도 결혼에 대한 생각 차이였다. 채유진은 자신에게 처음으로 결혼하자고 말한 남자가 한기준이이서 그를 선택했다. 그런 채유진에 대해 유라는 "빨리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데 동거하는 남자친구가 비혼주의라고 하면 저라도 헤어질 것 같다. 그런데 바람피운 것 잘못됐다. 헤어진 후 기간을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 사람들'에서 연애와 결혼이 중심 에피소드인 만큼 유라의 실제 연애관과 결혼관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1년마다 계속 생각이 바뀐다. 처음에는 늦게 결혼하고 싶었는데 29살 때는 갑자기 일찍 하고 싶더라. 지금은 늦게 결혼하고 싶다. 그래도 아이를 생각하면 일찍 해야 할 것 같고 계속 바뀐다. 어쨌든 30대 중후반에 가고 싶은 로망이 있다"고 털어놨다.
"연애관은 무조건 착해야 해요. 다정하고, 배려심 많고, 코드 잘 맞고, 친구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남자친구든 남편이든 인생의 동반자이자 베스트 프렌드이길 원해요. 그래야 언젠가 불타는 사랑이 없을 때도 그 사람과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연애 초반만큼 설렘은 없어도 같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사람이면 돼요. 기준이와 시우 둘 중에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고민 없이 시우를 만날 것 같아요. 비혼주의자는 사랑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상청 사람들'은 국내 드라마 최초로 기상청을 전면에 내세웠다. 극본을 맡은 선영 작가는 기상청 취재만 2년 동안 했다. 8개월 동안 예보국 상황실로 출퇴근하며 배운 덕분에 리얼한 대본이 나왔다. 예보관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기상 용어와 예보 시스템을 익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기상 전문 기자로 분한 유라는 "유진이는 날씨를 잘 모르고 덤비는 캐릭터다. 예보관만큼 전문성이 높지는 않아서 대본에 나온 대사에만 집중했다. 낯설고 잘 모르는 단어를 입에 붙이기 위해 노력했다. 오호츠크해 기단, 북태평양 기단 같은 용어를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유라. 2022.03.31.(사진=어썸이엔티, 앤피오엔터테인먼트, SLL 제공 )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첫 방송부터 화제가 된 윤박과 베드신 에피소드도 풀어놨다. 진하경(박민영)이 신혼집에서 채유진과 동침하는 한기준을 보고 충격받는 장면이었다. 유라는 "하경이가 저희를 보고 오열하는 장면을 먼저 찍었다. 민영 언니가 너무 슬프게 울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뽀뽀하고 안는 정도였는데 하경이가 심한 충격을 받기에는 수위가 약했다. 저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감독님과 윤박 오빠가 너무 조심스럽더라. 제가 동작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액션 연기하는 것처럼 집중해서 촬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유라는 지난 2010년 걸스데이 멤버로 데뷔했다.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도도하라(2014)', '아이언 레이디(2016)', '라디오 로맨스(2018)', '그 남자의 기억법'(2020),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2021~2022)' 등 웹드라마, 케이블, 지상파 미니시리즈를 거치며 차근차근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유라는 "지난 12년을 날씨로 표현하면 맑음이다. 1년도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신인 때는 연습생 기간이 짧아서 갑자기 연예인이 된 걸 적응 못 했다. 처음에는 갈피를 못 잡았는데 12년쯤 지나니 '언제나 맑음'"이라고 했다.
걸스데이 멤버 이혜리(28), 박소진(36), 방민아(29)도 배우로 활동 중이다. 어쩌다 넷이 만나면 거의 연기 토론회가 열린다고. 유라는 "멤버들이 초반에 '기상청 사람들'을 보고 재밌다고 했다. 캐릭터에 대한 말은 별로 없었는데 곧 멤버들을 만나면 그때 이야기할 것 같다"며 "다들 회사가 다르고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 보니 컴백 계획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하고 싶다. 걸스데이로 활동했던 시절 꿈을 자주 꿀 정도"라고 전했다.
유라는 그간 여러 작품에서 유독 얄미운 캐릭터로 자주 활약했다. '기상청 사람들'에서도 결혼할 여자가 있는 한기준과 만나는 극 초반 얄미운 성격이 부각됐다. 앞서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 '그 남자의 기억법',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속 역할도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제가 그런(얄미운)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조금씩 다 달라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혜린은 자기 일에 자신감이 확실한 캐릭터였어요. 프로 정신을 가지고 있고, 직설적이지만 똑 부러진 성격이에요. 유진이는 그렇지 않아요. 맹한 부분이 있는데 자존심상 대뜸 덤비고 봐요. 그리고 죄책감을 느끼죠. 비슷하게 얄미운 캐릭터지만 사소한 부분을 다르게 연기했어요. '라디오 로맨스' 태리도 얄미웠는데 귀여운 면이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유라는 "그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소심한 캐릭터를 한 번도 안해봤는데 소심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고, 완전 걸걸한 인물도 연기하고 싶다. 제일 원하는 건 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액션도 좋다. 걸그룹이다 보니 어느 정도 몸을 잘 쓴다"며 남다른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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