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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굳이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는 걸 노래하고 싶어요"…'재활용'

등록 2022.07.08 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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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발매한 정규 2집 '재활용' 호평

[서울=뉴시스] 박소은. 2022.07.08. (사진 = 유어썸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소은. 2022.07.08. (사진 = 유어썸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삶의 쓸쓸한 구석에 버려야 했던 더러운 감정들. 한켠의 쓰레기통을 가득 채워 늘 불편하게 만들었던 그 못난 덩어리들이 음악을 통해 생명력을 얻게 되는 때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박소은(25)이 2년 만인 최근 공개한 정규 2집 '재활용'이 그걸 깨닫게 했다. 엠넷 '슈퍼스타K' 시즌7(2015), '유재하음악경연대회'(2016), 첫 EP '일기'(2018), 첫 정규 앨범 '고강동'(2020), 네이버 온스테이지 출연(2021) 등을 통해 꾸준히 성장 서사를 써온 뮤지션. 

"아름다운 것들만 예술로 창조되는 건 억울하고 부당해"라고 외치는 '재활용'은 쓸쓸하고 아름답지 않은 풍경에도 마음이 쓸리는 예술적 힘이 있다는 걸, '감정의 재활용'을 통해 들려준다. 제 각각 마니아를 보유한 '일기'와 '고강동'의 팬들을 두루두루 만족시킬 음반. 박소은의 팬뿐만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이 음반으로 마음이 재가공됐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연남동에서 만난 박소은은 "굳이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고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정규 2집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법과 음악 스타일이 달라졌다는 반응도 있어요.

"'일기'를 좋아하시는 분, '고강동'을 좋아하시는 분으로 나뉘는데 '고강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좋다고 말씀 하세요. '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엔 '밝고 너무 뭔가 많이 들어가서 살짝 아쉽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제 우울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요."

-변화는 자연스러웠던 건가요, 작정한 건가요?

"'하고 싶은 걸, 솔직하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 이번 앨범이에요. 첫 앨범('일기')은 어떻게 편곡할 지 몰라서 어쿠스틱 위주로 만들었고, 두 번째 앨범('고강동')은 어느 정도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정확히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밴드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았고요. 이번엔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작정한 게 맞죠."

-알겠다는 건 정확히 어떤 지점이었나요?

"앨범 작업의 전체적인 부분이요. 예전에 녹음실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기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지금은 '이 정도 곡을 녹음하려면, 녹음실은 어느 정도 빌려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기존엔 기타 라인이나 리프도 제가 안 짜고 기타 친구에게 부탁했는데 이번엔 기타 라인이나 리프를 제가 짰어요."

-'재활용'이라는 음반 키워드는 환경, 기후 등 요즘 시대 화두와 맞물립니다. 일부러 이런 주제를 잡은 건가요?

"아니에요. 감정의 분출물에 대해 생각한 앨범이에요. 제가 배설하는 감정들을 모아 놓은 곡들이거든요. 제 안에 있는 감정을 뱉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다르게 생각해 보자는 생각을 했죠.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아니라 버려진 감정을 모아서 재활용을 하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 그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에요."

-앨범 소개글 중 '아름다운 것들만 예술로 창조되는 건 억울하고 부당해'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신비롭거나 아름답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예술가는 베일에 쌓여있는 천재 같은 이미지도 있고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죠. 저는 그렇지 않은 경우의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굳이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는 걸 계속 말하고 싶었습니다."

[서울=뉴시스] 박소은. 2022.07.08. (사진 = 유어썸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소은. 2022.07.08. (사진 = 유어썸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앨범 제목과 연관성으로 인해 3번 트랙 '우린 버려졌다가 주워져'를 타이틀곡으로 아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주워졌다가 버려진다고 느꼈던 감정을 담았어요. 20대 초반엔 사랑 관련 영원이나 낭만을 믿었는데 '주워졌다 버려지는 관계'를 반복하다 보니, 그런 환상이나 믿음이 없어졌어요. 그런 생각을 담은 곡이에요."

-타이틀곡 '위스키 엔 위스키(Whiskey n Whiskey)'는 정말 로킹한 곡입니다.

"힘을 주고 만든 곡이에요. 처음으로 가사를 영어로 써 더 의미가 있어요. 또 제가 록을 좋아하기도 하고,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전에도 로킹한 곡들을 만들었지만, 이번 앨범에선 그 색깔이 더 짙게 있어요."

-다른 타이틀곡 '슬리퍼'는 참 가사가 슬펐습니다.

"나이를 먹다보니 주변 친구들 중에 3, 4년씩 장기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더라고요. 그걸 지켜보다 오래된 연인 상황이 벗기 불편한 운동화나 구두 같고, 가벼운 만남은 신고 벗기 편해서 자꾸 갈아치우는 슬리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리퍼'는 가벼운 쪽의 시점에서 써본 노래죠."

-'반복되는 모든 게 날 괴롭게 해요'는 위로가 되더라고요.

"작년 가을에 만든 노래예요. 그 때 뭐를 해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매번 똑같은 거 같고…. 예전보다 감정이 둔감해졌다고 할까요. 그 전까지는 지겹다는 감정을 겪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이 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어 동년배들이 느끼는 감정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음반을 내면서 그런 감정이 자연스레 해결이 됐어요."

-이번 음반이 일종의 치유제가 된 건가요?

"이번 앨범에 마음을 더 쏟은 곡들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졸업 앨범 같은 음반이거든요. 그런 감정들에 대한 졸업이요. (이전 감정이 재활용된 건가요라고 묻자) 그쵸."

-'너'는 특히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라고요.

"음반에 실린 다른 곡들은 모두 2년 안에 만든 곡인데 '너'는 2017년인가, 2018년께 만든 노래예요. 원래는 이번 음반에 실을 계획이 없었어요. 같은 노래를 부르다 보면, 그 안에 담긴 감정이 희석이 되거든요. '너'는 노래에 담긴 감정을 희석시키고 싶지 않아서 두 번 부르고는 안 불렀던 곡이에요. 그런데 옛날 영상을 보다가 이 노래를 부르는 제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죠. 그 당시 저에게 '행복했지?'라고 물으며 선물로 주고 싶어서 녹음실을 급하게 잡아서 추가했죠."

-12개 트랙으로 꽉 찬 음반인데 '너의 농담'을 마지막 트랙에 배치한 이유가 있나요?

[서울=뉴시스] 박소은. 2022.07.08. (사진 = 유어썸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소은. 2022.07.08. (사진 = 유어썸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트랙리스트 스토리상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첫 곡 '아니어도 돼'부터 돌아보는 느낌이 시작되죠. 제가 가진 결핍 같은 이야기를 나열하는데 '이상해 보여'는 자전적인 결핍에 대해 노래했어요. '우린 버려졌다가 주워져' '그래서 그랬던 거야' '위스키 엔 위스키' '슬리퍼'는 사랑에 대한 결핍이죠. '고전적 조건형성'부터는 돌아가서 회상하는 다른 부분에서 회상하는 건데, 이 곡부터 점점 밴드 셋이 줄어들어요. '너의 농담'에선 기타 하나로 끝나죠.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다가 '너의 농담'에 이르러 과거를 돌아보면서 보내주는, 그렇게 끝내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메시지뿐 아니라 사운드적으로 트랙리스트가 구성된 거군요. 개별 곡이 너무 좋아 한꺼번에 음반에 담은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네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리가 되지 않을 거 같았어요. 제가 가지고 있었던 미련이나 모든 것에 대한 감정적인 것을 계속 달고 살 거 같아서요. 모아서 보내버리니까 편하더라고요."

-열 세 살에 영화 '스쿨 오브 락'과 '원스'를 보고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고요.

"유치원생 때부터 막연하게 가수가 꿈이었어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니, 다정하신 이모부가 비디오가게에서 '스쿨 오브 락'과 '원스'을 빌려다 주셨어요. 두 영화를 보고 찌릿한 감정을 느꼈고 바로 기타를 샀죠. 두 영화의 음악 자체에 끌렸어요. (두 영화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재활용'에도 그런 것이 섞여 있다고 하자) 그렇죠. 로킹한 것과 어쿠스틱한 것이 다 들어있죠."

-뮤지션으로서 전환점이 된 계기는 언제인가요?

"2017년 휴학을 하고 1년 간 놀기만 했어요. 그 때 자존감이 낮았죠. 지금은 음반 '일기'를 많이 들어주시지만, 2018년 발매 당시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반응이 별로였어요. (세상이 뒤집어질 줄 알았던 건가요라고 묻자) 그렇죠. 하하. 내가 알기론 박소은이 천재인데 '듣기 편하네' 그런 반응만 나오니까. 그런데 저를 겸손하게 해줬어요. 원래는 '나 잘 났다' 그렇게 살아왔는데 '세상에 내 음악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구나'를 깨달은 거죠.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음악을 더 만들자'는 마음이죠.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신기하게 음악을 만들 때 더 진심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톱이 아니더라고, 나중에 음악 역사에서 제 이름 세 글자만 기록이 됐으면 좋겠어요."

-전작인 '고강동'이 워낙 호평을 들어 이번 음반에 대한 부담도 컸을 거 같아요.

"이번 앨범이 확실히 좋아요. '고강동'을 들으면서 느꼈던 기술적인 부족함을 이번 앨범에서 다 메울 수 있어서 스스로 만족해요. '고강동'은 노래는 좋았지만, 편곡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오는 9~10일 홍대 앞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여는 '재활용' 발매 기념 공연도 기대가 큽니다.

"앨범이나 뮤직비디오 이미지를 활용해 무대에 오릅니다. 재밌는 공연이 될 거예요. 더 신나게, 더 방방 뛸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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