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탈시설 후 자립해 부모 찾는 발달장애 은영씨..."보고싶었다 꼭 말하고 싶어요"
부모님을 찾는 무연고 발달장애인 김은영씨
"원망했지만…보고싶었다 꼭 말하고 싶어요"
탈시설 후 자립 생활 중…"바리스타가 꿈"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지난 28일 발달장애인 김은영(35)씨가 서울 중곡동 자택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9.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부모님이 저를 버려서 원망은 했는데 그래도 저를 낳아주신 분들이어서 찾고 싶어요. 보고 싶었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발달장애인 김은영(35)씨의 가장 큰 소망은 어릴 때 헤어진 부모님을 찾는 일이다.
은영씨는 발달장애인 중에서도 보기 드문 무연고자이다. 그는 7살 무렵 한 보육원에 맡겨졌는데, 그의 부모는 은영씨에게 이름도 주민등록 번호도 남겨놓지 않았다고 한다. 은영씨의 이름은 보육원에서 지어줬다.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의 박자영 복지사는 "은영씨는 부모님 없이 무연고자로 저희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복지사 생활을 하면서 무연고자를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이 아이는 죽는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녀를 버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은영씨는 5개월 전 시설에서 나와 자립했다. 탈(脫)시설 후 가슴 속에 있던 소망 한 가지를 실현하기로 마음 먹었다. 부모님을 찾는 일이다.
실제 기자가 은영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8월22일 서울 광진경찰서 로비에서였다. 부모를 찾기 위한 DNA 등록을 하기 위해서다. 당시 그와 동행했던 박 복지사는 "이 친구가 발달장애인인데 어렸을 때 잃어버린 부모를 찾고 싶어 해서 왔다"고 말했다.
다만 은영씨는 당일 별다른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관할 문제로 다른 경찰서로 가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사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 아직 DNA 등록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뉴시스가 다시 만난 은영씨는 서울 중곡동 15평 남짓된 반지하방에 살고 있었다. 탈(脫)시설 후 자리잡은 첫 보금자리다. 지난 4월 중순께 그룹홈 생활을 마무리하고 돌봄 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어떤 걸 하며 지내냐', '어떤 걸 좋아하냐'는 등의 질문에는 짧게 말을 하거나 환하게 웃기만 하던 그는 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언제 가장 부모를 보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여러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힘들 때"라고 다소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말을 내기까지 시간은 한참 걸렸다.
부모를 처음 만나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여행을 가고 싶다. 여행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하루 종일 이야기도 나누면서 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또 "꽃다발도 선물해주고 싶다"며 창틀에 있는 꽃을 지긋이 쳐다보기도 했다.
또 은영씨는 "부모님을 처음 만나면"이라고 말한 뒤 뜸을 들이고선 "가장 먼저 보고싶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눈물이 차오르는지 눈을 살짝 찡그렸고 손을 둥그렇게 말아 쥐기도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은영씨가 부모님을 찾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잃어버린 부모를 찾기 위해선 양측이 모두 유전자 등록을 하고 유전자 일치 여부 판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쉽게 말해 은영씨의 부모가 유전자를 자발적으로 등록하지 않는 한 은영씨는 부모를 찾기 어렵다.
은영씨 역시 부모님 찾을 확률이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박 복지사는 "경찰서에서도 '보육원에 있었는데 부모가 굳이 찾겠느냐. 양쪽에서 다 찾아야 가능한 건데'라고 회의적으로 말을 했다"며 "은영씨에게 부모를 못 찾을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를 해도 그녀는 꼭 찾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지난 28일 발달장애인 김은영(35)씨가 서울 중곡동 자택에서 간식을 먹으며 웃고 있다. 2022.09.28. [email protected]
부모와 헤어진 후 은영씨의 삶은 순탄지 않았다. 같은 시설에서 지내던 사람들이 낯설어 적응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힘들었던 기억을 떨치려는 듯 관련 질문에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탈시설 후 은영씨는 낮에는 수영을 배우고 오후에는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등 평범한 일상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는 "혼자 생활하는 데 많이 힘든 건 없다. 지금 생활은 10점 만점에 10점"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앞으로는 바리스타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목표다. 그는 한 사회적 기업에서 9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했는데, 아직 자격증은 따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은영씨는 자격증 따기 해 실기 시험 준비에 매진 중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일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 재단에서 은영씨를 지원하고 있지만, 바리스타로 일하기엔 현실적인 문턱들을 넘어야 한다.
박 복지사는 "발달장애인 포함해서 다른 모든 장애인들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어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비장애인과 같은 시선으로 한 인간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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