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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테마주에 멍드는 국장[기자수첩]

등록 2025.01.20 15: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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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기자수첩용/박주연

[서울=뉴시스]기자수첩용/박주연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온통 테마주 뿐이다. 마땅한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정국이 요동치며 '양자컴', 'LA산불', '로봇', '정치' 등 온갖 테마가 국내 증시를 휩쓸고 있다.

국장이 혼탁해지며 지난해 한국거래소로부터 시장경보조치(투자주의·경고·위험)를 받은 상장사는 2724개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컸던 2020년 이후 가장 많다.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도 투자주의 216개, 투자경고 31개, 투자위험 2개 등 249개 종목이 시장경보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2개(투자주의 199개, 경고 28개, 위험 5개)에 비해 7.3% 증가한 수치다.

탄핵 정국과 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 등 정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고 대선이 다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올해 테마주는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그런데 정치테마주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황당하기 그지 없다.

오리엔트정공은 야당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린시절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에 소년공으로 근무했다는 이유로 테마주가 돼 최근 한 달 반 사이 주가가 4배 올랐다. 하지만 이 회사는 현재 이재명 대표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다른 테마주도 비슷하다. 대부분 본사가 특정 정치인의 고향에 있다거나, 대표이사가 특정 정치인과 같은 성(姓)이라든가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 등으로 테마주로 분류된다.

특정 이슈 주가가 널뛰는 테마주들은 대부분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주들로, 주가조작 세력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국내증시 거래량 10위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테마주였다. 한국 증시의 안타까운 수준이다.

국장에서 테마주가 아니면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며 개미들은 투자이민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12월15일) 개인투자자의 전체 해외 주식 보관액은 1222억8517만 달러(약 175조 원)로, 1년 동안 무려 67%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들도 국장보다 해외 주식수수료로 돈을 버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부진했음에도 다수 증권사들은 해외투자 수수료로 '1조 클럽'에 무더기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에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에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미국 상장"이라고 제안하는 씁쓸한 일도 있었다.

더이상 테마주로 얼룩진 국내 증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국내 증시의 체력을 다지고, 투자자들이 좋은 주식을 골라 오랜 기간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좀비기업을 솎아내고 장기 투자자들을 위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한 근본적 조치가 필요한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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