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美 수출 통제 무력화…韓 반도체 영향은?

화웨이, 차기 AI칩 공개…하반기 양산

中, 엔비디아 칩 대체품 생산↑

"삼성·SK, HBM 판로 축소 우려"

[선전(중국)=AP/뉴시스]지난 9월 25일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의 한 건물에 걸린 화웨이 로고의 모습. 2021.12.15.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대체할 제품을 내놓으며 미국 트럼프 정부의 AI 칩 수출 통제가 무력화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차기 AI 칩인 '어센드 920'를 공개했고, 올 하반기 생산에 들어간다. 지난해 출시한 AI 칩 '어센드 910C'도 내달부터 대량 생산에 나선다.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확대되는 만큼 중국이 자체 AI 칩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 중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판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차세대 AI 칩인 '어센드 920'을 공개했다.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의 6나노 공정을 통해 올 하반기 양산한다.

어센드 920은 이전보다 40% 이상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칩인 'H20'의 성능과 맞먹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시킨 가운데, 화웨이가 차세대 AI 칩을 앞세워 중국 AI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완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화웨이는 지난해 출시한 '어센드 910C'도 다음달부터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어센드 920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성비 AI 모델 개발에 주력 중인 중국 AI 기업들에 대체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가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자체 AI 칩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 제조기업들 또한 저사양 HBM 판로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의 H20에 들어가는 HBM 4세대 제품 'HBM3'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생산된 H20에는 SK하이닉스의 최신 5세대 제품인 'HBM3E 8단'이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 모두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AI 칩 자립화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HBM 판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을 우회 경로를 통해 확보할 수 있으나, 미국 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촘촘해져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CXMT 등 중국의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예상보다 빨리 AI 칩에 탑재할 HBM을 내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CXMT는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지난해 하반기 2세대 제품 'HBM2'를 양산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조만간 엔비디아의 차기 AI 칩인 'B20'까지 대체할 제품을 내놓을 지 주목하고 있다. B20은 당초 엔비디아가 2분기 중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던 AI 칩으로 이전 제품보다 성능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자국 AI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점점 몰아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엔비디아 이외의 공급망 다변화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대규모 양산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2024.03.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