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한가락에 모심기 뚝딱…흥겨웠던 팔탄 구장터 들녘(르포)
화성 팔탄면 향토민요보존회 전통모심기 재현·체험행사
전통 모심기와 모심는소리·논매는소리·지경다지기 시연
어린이 50여명도 지경다지기와 생태체험
안희만 위원장 "선조들 협동·고단함 체득 위한 재현…매년 개최"
![[화성=뉴시스]문영호 기자=화성시 팔탄면향토민요보존회가 10일 '제9회 화성팔탄민요 전통 모심기 재현 및 체험행사'를 개최하고 모심기 시연을 하고 있다.25.05.10.sonano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5/10/NISI20250510_0001838911_web.jpg?rnd=20250510121324)
[화성=뉴시스]문영호 기자=화성시 팔탄면향토민요보존회가 10일 '제9회 화성팔탄민요 전통 모심기 재현 및 체험행사'를 개최하고 모심기 시연을 하고 있다[email protected]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 = "여기두 하난데 여기서 저만큼 또 하나, 여기두 하난데 어기여차 또 하나. 여보시오 농부님네들 요 내 말을 들어보소"
경기 화성시 팔탄면 향토민요보존회(보존회) 회원들의 구성진 모내기 소리가 탁 트인 구장터 논을 가득 메운다.
굵지 않은 빗방울이지만 바람에 날리며 연신 아이들의 얼굴을 때린다. 온몸이 흠씬 젖었음에도 아이들은 생애 처음 모내기를 하게 됐다는 마음에 마냥 신이 난다. 챙겨 입은 하얀 모시옷은 이미 흙범벅이 된 지 오래다.
보존회는 10일 팔탄면 구장터 인근에서 '제9회 화성팔탄민요 전통 모심기 재현 및 체험행사'를 열었다.
여느 모내기 현장에나 있을법한 이앙기를 대신해 보존회원 10여명이 못줄 앞에 섰다. 보존회 회장이자 선소리꾼인 이만규 회장이 구성진 가락을 뽑아내고 보존회 회원들도 이내 받는소리를 하며 모를 심어 나간다. 소리 한 가락이 끝나는 사이, 비어 있던 논바닥에 열 세 줄의 모가 심겼다.
![[화성=뉴시스]문영호 기자=이만규 팔탄면향토민요보존회 회장이 10일 '제9회 화성팔탄민요 전통 모심기 재현 및 체험행사' 모내기 시연을 위해 모심는소리를 하고 있다.2025.05.10.sonano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5/10/NISI20250510_0001838914_web.jpg?rnd=20250510121511)
[화성=뉴시스]문영호 기자=이만규 팔탄면향토민요보존회 회장이 10일 '제9회 화성팔탄민요 전통 모심기 재현 및 체험행사' 모내기 시연을 위해 모심는소리를 하고 있다[email protected]
보존회 어린이 회원 2명도 함께다. 논바닥이 익숙지 않아 연신 엉덩방아를 찧는다. 모내기 체험을 위해 보존회의 시연을 지켜보던 50여명의 꼬마 농꾼들 사이에서 연신 "아이구" 소리가 터져나온다. 빗방울이 굵어지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어린이 체험은 취소됐다. 아이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연발하고, 어른들은 웃으며 다독인다.
모내기에 앞서 지경 다지기 시연과 체험에는 아이들도 함께 했다.
지경 다지기는 과거 집을 짓기 전 터를 다지는 일을 일컫는다. 넓적하고 큰 돌 중간부위를 움푹하게 만들고, 이곳을 굵은 새끼줄로 묶어 여러 가닥으로 나눈 후 각 갈래줄을 일꾼들이 높게 들어올렸다 놓는 방식으로 땅을 다진다.
![[화성=뉴시스]문영호 기자=화성시 팔탄면향토민요보존회가 10일 개최한 '제9회 화성팔탄민요 전통 모심기 재현 및 체험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이 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지경다지기를 하고 있다.2025.05.10.sonano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5/10/NISI20250510_0001838912_web.jpg?rnd=20250510121423)
[화성=뉴시스]문영호 기자=화성시 팔탄면향토민요보존회가 10일 개최한 '제9회 화성팔탄민요 전통 모심기 재현 및 체험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이 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지경다지기를 하고 있다[email protected]
"오늘 이 지경닺이에 떡살이 삼백 석섬 서말 서되 서홉이니 우리 힘을 합하여 지경소리나 우럭우럭 해봅시다"
선소리꾼이 목소리를 뽑아내고 일꾼들이 소리를 받으며 지경다지기가 시작됐다. 밀짚모자를 눌러 쓴 아이들도 비를 맞으며 새끼줄을 들었다 내려놓는다. 보존회원들의 받는소리도 곧잘 따라한다.
아이들은 이날 모내기 체험을 대신해 논 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 생태를 조사하고 들꽃 손수건을 만들 예정이다. 대형 윷놀이도 하고 쌀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도 만든다. 점심메뉴는 들나물로 만든 주먹밥이다.
![[화성=뉴시스]문영호 기자=10일 '제9회 화성팔탄민요 전통 모심기 재현 및 체험행사'에 참여한 화성 청림초 조윤우 군이 들나물주먹밥을 만들어 먹은 후 비운 그릇을 내보이고 있다.2025.05.10.sonano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5/10/NISI20250510_0001838928_web.jpg?rnd=20250510125142)
[화성=뉴시스]문영호 기자=10일 '제9회 화성팔탄민요 전통 모심기 재현 및 체험행사'에 참여한 화성 청림초 조윤우 군이 들나물주먹밥을 만들어 먹은 후 비운 그릇을 내보이고 있다[email protected]
행사에 참여한 조윤우(화성청림초 4) 어린이는 "모내기를 직접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체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며 "전통민요는 지루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모내기 할 때 들어보니 흥이 났다"고 말했다.
팔탄면향토민요보존회 안희만 운영위원장은 "전통 모내기를 재현하고 어린이체험을 하는 이유는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전통 모내기를 보존하고 알리자는 것도 있지만, 회원들이 실제로 논 일을 체험함으로써 협동하고 고단함을 달래려는 선조들의 마음을 느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오늘 비가 와서 행사가 완벽하지 못해 아쉽지만 매년 행사를 개최해 팔탄향토민요를 보존하고 전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화성팔탄민요는 '구장터면생이'로 통칭되는 농요(農謠) 8곡과 '지경다지기'라는 토건요(土建謠) 1곡 등 모두 9곡으로 구성됐다. 상여소리와 회다지소리도 화성팔탄민요의 하나지만 전승자 사망과 전승활동 중단으로 지정이 취소됐다. 팔탄면 향토민요보존회를 중심으로 다시 경기도무형문화유산 지정을 추진 중이다.
구장터면생이는 예전에 장이 섰던 동네(구장터)에서 이뤄지는 면생이라는 뜻으로, 면생이(문생이)는 모내기 이후 잡초를 제거하는 과정을 통칭한 표현이다. 구장터면생이는 크게 모를 낼 때(모 심는 소리)와 잡초를 제거할 때(얼카덩어리-논 매는 소리, 둘레-논 훔치는 소리) 부르는 소리로 구분된다.
'얼카'는 호미로 땅을 푹 찍는 모습의 의태어로, 얼카덩어리는 호미로 땅을 찍어 땅을 뒤집는 과정을 이르는 표현이다. '논 훔치기'는 호미를 사용하는 앞서 두 번의 잡초 제거와 달리 손으로 잡초 제거를 하는 과정이다. 손으로 논바닥을 휘저으며 잡초를 뽑고 이를 논바닥으로 밀어넣는 과정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노동의 방식이 달라 소리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아~,우~,에~' 등의 입구음만으로 이루어진 '면생이소리', '긴방아소리', '자진방아소리(방호소리)'와 '상사소리(받는 소리에 '상사'라는 낱말이 들어감)', '먼들소리(받는 소리에 '먼들'이란 낱말이 들어감)', 논농사와는 별개로 집터를 다질 때 부르는 '지경다지기'가 있다.
화성팔탄민요는 경기 남부의 보편적 특성과 충청남도 북부로 연결되는 문화권을 특성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곡의 난이도가 높아 전승이 쉽지 않은 곡이란 특징도 있다.
선소리꾼이던 박조원 선생의 사망으로 전승이 끊길 위기에 처했지만, 2017년 선소리꾼 이만규(75세)씨와 마을주민들을 중심으로 '잊혀져가는 우리소리 찾기회(이후, 팔탄면향토민요보존회)'를 결성하고 전승·복원체계를 구축, 2022년 5월 '경기도무형문화재 제65호'로 지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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