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석유공사, 中과 깜짝 회담…서해 유전 개발 물꼬 트이나
김동섭 사장, 후치준 총경리와 1시간가량 면담
최고위급 인사 간 첫 만남…자원 개발 등 논의
중단됐던 서해 자원 공동 개발 논의 재개 전망
전문가 "韓 기술력·中 자본 시너지…윈윈 기회"
해양 안보 경계해야 하지만…자원 안보도 고려
![[포항=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포항 앞바다 심해에 매장된 약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하기 위해 웨스트 카펠라호가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2024년 12월 경북 포항시 남동쪽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2025.01.01. lm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2/31/NISI20241231_0020647057_web.jpg?rnd=20250101130000)
[포항=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포항 앞바다 심해에 매장된 약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하기 위해 웨스트 카펠라호가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2024년 12월 경북 포항시 남동쪽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2025.01.0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중국 최대 국영 에너지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처음으로 최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CNPC 측이 예고 없이 회담장에 나타나면서 깜짝 회동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답보 상태였던 서해 공동 자원 개발 등 한중 간 에너지 협력에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9일 CNPC의 후치준(侯启军) 총경리(사장)와 만나 약 1시간 정도 석유 부문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자원 개발,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 분야 등 에너지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글로벌 CEO 포럼 참석 계기에 회담이 있었고, 다양한 분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랴오양(중 랴오닝성)=신화/뉴시스】중국 동북 3성을 시찰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27일 랴오닝성 랴오양시 소재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랴오양석화공사를 시찰해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모두 다독이는 민생 행보를 보였다. 2018.09.28
김 사장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주최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참석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김 사장은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차이나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일 현장에는 페트로차이나의 모회사인 CNPC의 후치준 총경리가 직접 참석하면서 예상 밖의 만남이 성사됐다.
석유공사와 CNPC의 최고위급 인사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석유공사는 자회사인 페트로차이나와 석유 트레이딩 등 일부 사업에서 협력해 왔지만, CNPC와는 직접적으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기업 매출 순위 6위의 CNPC와 기업 간 체급 차이가 있어 접촉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뉴시스] 10일 오후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 5002함에서 바라본 한중잠정조치 수역. 2024.10.13. oyj434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0/13/NISI20241013_0001674832_web.jpg?rnd=20241013131217)
[제주=뉴시스] 10일 오후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 5002함에서 바라본 한중잠정조치 수역. 2024.10.13. [email protected]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얼어붙었던 한중 간 에너지·자원 협력에 훈풍이 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국은 과거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중첩되자 경계선 획정을 유보하고, 잠정조치수역(PMZ)을 설정한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당시 대륙붕 경계 지역에 대한 개발을 논의하기 위해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 한중 공동개발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다만 협의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서해 자원 탐사·개발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CNPC는 상당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진행 중인 사업이 많은데, 그쪽에서 만남을 먼저 제안했다는 건 의의가 있다"며 "CNPC랑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면 글로벌하게 진행 중인 자원 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는 서해 자원 개발도 논의해볼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CNPC가 회담을 제안한 배경으로 석유공사의 높은 기술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우리나라가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이 많은 중국과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협력을 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이 상당히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중국이 21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어업 양식 시설로 한중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9일 산둥성 칭다오항에 있는 반잠수식 구조물 '선란(深蘭.Deep Blue)2호의 모습. <사진출처: 신화통신 웨이보> 2025.04.22](https://img1.newsis.com/2022/06/18/NISI20220618_0018931764_web.jpg?rnd=20250424200915)
[서울=뉴시스] 중국이 21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어업 양식 시설로 한중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9일 산둥성 칭다오항에 있는 반잠수식 구조물 '선란(深蘭.Deep Blue)2호의 모습. <사진출처: 신화통신 웨이보> 2025.04.22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석유 탐사 기술력이 많이 올라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CNPC 입장에서 본인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석유공사의 기술력으로 할 수 있다고 보고 협력을 제안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양 안보에 대한 경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원 안보 차원에서 개발의 중요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해양 영토, 국가 안보와 연결된 사항이라 조심스럽지만,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은 있어야 한다"며 "CNPC가 우리나라에 적극적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면 경계해야겠지만 중국 근처 광구에 같이 투자하자는 제안이 있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나라가 탄소 중립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여야 하겠지만 현재와 같이 100% 수입하는 상황에서는 수입 일부를 공동 개발로 대체할 수 있다면 자원 안보를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석유공사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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