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제약산업 구조개편 착수…"정책기반 통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동향 분석
고관세 넘어선 '공급·경쟁·가격' 제도화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진행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며 미소짓고 있다. 2025.04.24.](https://img1.newsis.com/2025/04/10/NISI20250410_0000247024_web.jpg?rnd=20250410095630)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진행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며 미소짓고 있다. 2025.04.24.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제약·바이오 산업으로까지 확대하며, 단순한 고율 관세가 아닌 공급·경쟁·가격 3축을 중심으로 미국 제약산업의 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글로벌 바이오헬스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의 자국 생산 강화 ▲고가 수입 약물 대체를 위한 규제 개선 ▲외국과의 약가 격차 해소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공공보건으로의 접근을 넘어 미국 제약산업의 구조적 자립과 수입 의존 탈피를 목표로 한 보호무역주의의 제도화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의약품 자급자족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을 계기로, 중국과 인도에 원료의약품(APIs)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보고서를 통해 의약품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제조업체의 낮은 수익성과 해외 의존도로 인한 생산 중단 또는 회피를 꼽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내 필수의약품 생산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직접적인 세제 혜택이나 조달 우선권을 부여하진 않지만, 입지·인허가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기업 유인을 간접 지원한다.
실제 행정명령 발표 이후 다수의 제약사들이 생산 시설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주정부는 이에 연계된 보조금 프로그램을 별도 추진해 공급망 회복력 제고 기반을 마련했다.
또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높은 가격과 특허 장벽이 미국 내 의료비 부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바이오시밀러 승인 간소화 정책이 시행된다.
FDA는 지난달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상호교환성 요건 중 '전환 임상시험' 면제 방침을 발표하고, 실제 처방 경험 및 축적된 비교 자료 기반으로 평가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승인 요건을 완화했다.
아울러 최혜국 대우 약가(MFN) 제도 역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처방약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고가 생물의약품은 유럽, 일본 대비 최대 3~5배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MFN은 OECD 국가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GDP)이 미국의 60% 이상인 국가 중 가장 낮은 약가를 기준으로, 미국 환자들이 처방약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환자에게 국제 최저 수준의 약가를 적용하기 위해 제약사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불응 시 ▲수입허용 승인취소 ▲반독점 조사 ▲직접판매 등 강제적 대응을 포함한 다부처 협조 조치를 즉각 시행하도록 명령했다.
이 같은 3대 정책 방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국제 경쟁 구도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국내화, 중소기업 기반 확대, 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미국 시장에 진입하려는 해외 제약기업은 단순한 제품 경쟁력 외에도 가격 수용성, 국내 생산 여부, FDA 승인 전략 등 복합적 조건을 고려한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 됐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의료 보호주의는 규제·가격·공급 체계의 전방위적 재설계를 통해 산업 내부를 구조적으로 조정하는 접근"이라며 "전통적 무역장벽을 넘어선 정책 기반 경쟁환경 통제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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