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완의 학생인권조례…무작정 없애는게 답일까
![[기자수첩]미완의 학생인권조례…무작정 없애는게 답일까](https://img1.newsis.com/2026/01/07/NISI20260107_0002035248_web.jpg?rnd=20260107110148)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중학생 때 복도에 일렬로 서 두발·복장 검사를 받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머리 길이가 귀밑 5cm를 조금이라도 넘기면 손바닥을 맞고 다음 날 다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양말은 흰색 또는 검은색만 허용됐다. 속옷은 셔츠에 비치지 않는 흰색이나 살구색, 스타킹은 커피색 또는 살이 비치지 않는 검은색이어야 했다. 손톱 길이는 손끝을 넘어서는 안 됐다.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의 무책임한 꾸짖음과 체벌이 돌아왔다.
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권리와 자유가 억압되는 환경에서 학생은 혼나지 않으려 숨죽이는 법을 익히는 데 익숙해진다.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교육공동체 속에서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렌스 콜버그는 도덕성 발달을 3개 수준과 6단계로 설명한다.
가장 낮은 '전인습적 수준'은 벌을 피하려 규칙을 지키는 1단계와 이익을 얻기 위해 권위자의 규칙에 따르고 타인의 입장을 수용하는 2단계로 나뉜다.
'인습적 수준'은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규칙을 지키는 단계(3단계)와 규칙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과 잘못된 행위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스스로 인식하는 4단계로 구분된다.
'후인습적 수준'은 서로 경쟁하고 모순되는 가치가 있고 공정한 판단이 필요함을 이해하는 5단계와 보편적인 원칙을 내면화해 도덕적 판단을 하는 최종 6단계로 이루어진다.
학생을 통제와 처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권위주의적 공동체 속에서 학생들은 6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학생의 두려움과 모멸감을 먹고 바로 세워진 권위는 학생을 전인습적 수준에 머물게 할 뿐이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육을 빙자한 인권 침해를 멈추고 학생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며 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제정됐다. 조례는 학생이 성별, 종교, 출신, 언어, 장애,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다. 체벌,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학교가 이를 예방해야 할 책임도 담고 있다.
학생인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지만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2024년 7월 대법원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를 인용했음에도 작년 12월 16일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또 한 번 의결했다. 지난 5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킨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지만 시의회가 폐지 조례안 재의의 건을 상정해 다시 의결시키는 행정력 낭비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인권조례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학생의 권리를 강조하면서도 책무에 대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폐지의 이유가 아니라 '보완' 과제다. 교육공동체가 머리를 맞대고 권리와 함께 수반되는 책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채워나가야 할 일 아닐까.
교육은 본질적으로 성장을 지향한다. 학생을 관리의 객체가 아닌 존중 받아야 할 인격체로 대할 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전 행해지던 두발·복장 검사와 체벌은 권위 앞에 납작 엎드리는 학생을 만들 수 있겠지만, 스스로 도덕적 가치를 내면화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교육적 의의를 외면한 서울시의회의 폐지 의결에 유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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