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大쿠팡 시대에 마트는 아직도 '의무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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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전쟁에서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병력이 아니라 병법이다. 전장이 바뀌었는데도 싸우는 법을 바꾸지 않으면 승부는 뒤집을 수 없다.
삼국지 관도대전에서 원소가 패한 이유는 조조보다 약해서가 아니라 병력만 믿고 정면 승부에 매달린 사이 조조가 속도전으로 판을 바꾼 순간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을 둘러싼 최근 혼선 역시 이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을 둘러싼 최근 논의는 이미 달라진 전장에서 여전히 과거의 병법으로 싸우려는 모습과 닮아 있다.
2010년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신규 출점을 막았다. 2012년에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를 도입했다. 규제의 초점은 당시 유통의 중심이던 오프라인에 고정돼 있다.
그 사이 전장은 변했다.
지난 15년간 오프라인이 제자리에 묶여 있는 동안 쿠팡을 필두로 한 온라인은 속도와 시간으로 판을 뒤집었다.
쿠팡이 24시간 물류망을 돌리며 전국을 누빌 때, 대형마트는 시계를 보며 문을 열 수 있는 시간부터 계산해야 했다.
2026년에 들어서야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의 전자상거래 활동에 한해 영업시간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커머스 쏠림이 구조적으로 굳어진 뒤에야 대형마트를 대항마로 꺼내들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에서는 여전히 벗어나 있다. 유통 경쟁의 축은 이미 점포 수가 아니라 영업시간과 대응 속도로 이동했다.
새벽배송이 허용돼도 점포 문은 닫힌 채다. 오프라인은 묶어두고, 온라인 배송 기능만 덧붙이는 구조다.
점포를 열지 못하는 시간에 배송만 늘리면 별도 인력이 필요하고 물류 동선은 쪼개진다. 점포 운영과 분리된 배송은 경쟁력이 아니라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의무휴업일에 마트가 멈춰 있는 동안 온라인 주문이 그대로 돌아가는 구조에서는 공고한 성역을 구축한 쿠팡의 아성에 대형마트가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상생협력기금 출연 확대와 전통시장과의 유통망 공유 의무까지 거론된다. 추가 영업이익의 0.5~1%를 기금으로 내는 방안이다. 현장에서 규제를 일부 푸는 대신 새로운 부담을 얹는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승부가 기운 전장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일부 규제 완화가 아니다.
오프라인 점포는 더 이상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물류 거점이자 배송의 출발점이다. 법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 대형마트와 24시간 물류·배송을 움직이는 쿠팡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유통산업발전법을 둘러싼 당정의 움직임은 이미 승부가 기운 뒤 전열만 정비하는 원소의 진영과 닮았다.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외면한 채 낡은 규칙만 붙들고 있다.
전장을 분석하지 않고 병사에게 짐만 얹는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늦어버린 판단을 인정하고, 전장 자체를 다시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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