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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14일째 속타는 나주 배 농가…"내 자식 350그루 다 탑니다"

등록 2025.07.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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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폭염에 햇볕데임 피해 악몽 떠올라

가뭄 걱정도 태산…"체계적 보험산출 필요"

[나주=뉴시스] 35도 안팎 찜통 더위가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후 전남 나주 금천면 한 배 과수농가에서농가 주인 이일수(68)씨가 배 생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7.09. lhh@newsis.com

[나주=뉴시스] 35도 안팎 찜통 더위가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후 전남 나주 금천면 한 배 과수농가에서농가 주인 이일수(68)씨가 배 생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7.09. [email protected]

[나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뾰쪽한 수가 없습니다. 기도하는 것 뿐이지요."

35도 안팎 찜통 더위가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9일 오후 전남 나주 금천면 한 배 과수농가.

농가 주인 이일수(68)씨는 불볕 더위가 한창인 오후 3시 무렵인데도 배나무 주변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뜨거운 뙤약볕은 막을 수 없어도, 수분이라도 배나무에 잘 공급해야 일소(햇볕 데임) 피해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방충·방풍용 봉투가 씌워진 배를 일일이 살펴보기도 했다.

출하까지는 두 세 달 남았지만 이씨의 얼굴엔 근심만 가득했다. 지난해 농가 전역에 들이닥친 일소 피해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은 탓이다.

일소 피해는 강한 햇볕에 따른 온도 변화와 수분 부족 등으로 과수가 거무스름하게 변하거나 타는 증상을 뜻한다.

이씨는 1만여㎡, 총 3천평 규모 과수원 내 배나무 350그루를 재배하고 있는데 지난해 이 중 3분의 1가량이 일소 피해를 입었다.

예년보다 폭염이 더욱 빨리 찾아온 올해는 더욱 심각할 것 같다고 이씨는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마마저 이달 1일로 끝났기 때문에 가뭄도 큰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배나무마다 듬성듬성 놓여있는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살피고 설비를 최대한 동원해 열을 식히는 것 뿐이다.

[나주=뉴시스] 35도 안팎 찜통 더위가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후 전남 나주 금천면 한 배 과수농가에서농가 주인 이일수(68)씨가 일소(햇볕 데임) 피해를 우려해 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2025.07.09. lhh@newsis.com

[나주=뉴시스] 35도 안팎 찜통 더위가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후 전남 나주 금천면 한 배 과수농가에서농가 주인 이일수(68)씨가 일소(햇볕 데임) 피해를 우려해 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2025.07.09. [email protected]

이씨는 "가뭄은 돈 들여서라도 물을 많이 사용하면 해갈이 된다. 반면 일소 피해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수천평에 달하는 과수원에 쬐는 햇볕을 막을 방법이 전무하다. 하늘에서 하는 일을 어찌 막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한창 배가 성장해야 할 때 이렇게 뜨거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면 분명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고 하소연했다.

일소 피해에 대한 보험 산정 기준이 농가가 이해하기 애매모호해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에는 3000~4000만원 상당 일소 피해가 발생했지만 정작 받은 보험금은 500만원이 전부였다. 비료 값도 안 된다. 농가가 출하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배들도 보험사에선 가공용 판매 등 이유로 보험금 산정에서 제외해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를 위한 보험인지, 보험회사를 위한 보험인지 모르겠다. 더욱 명확하고 체계적인 산정 기준이 정립되고 일소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에는 지난달 27일부터 14일째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다. 10일 오전 현재 광주와 전남 21개 시군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져 있다. 진도군 역시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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