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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장 덮친 '빚투' 광풍…신용융자 22조 '경고등'

등록 2025.08.04 11:01:21수정 2025.08.04 12: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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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22조 육박…3년 4개월 만에 최고

세제개편 악재·미국 경기 둔화 우려 '이중고'

최근 3개월 신용융자 잔고 추이.(자료=금융투자협회)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3개월 신용융자 잔고 추이.(자료=금융투자협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최근 국내 증시가 세제 개편안 악재와 글로벌 관세 불안에 흔들린 가운데,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연중 최고치에 육박하며 시장 전반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조85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자, 2022년 4월 이후 약 3년 4개월 만의 최대치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규모로, 이는 시장 내 레버리지 거래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일수록 수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신용잔고율은 총 발행 주식 수 대비 신용으로 매수된 주식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빚투'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로 인한 급격한 추가 낙폭이 발생할 수 있어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일 기준 신용잔고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ETF 제외)은 ▲옵투스제약(9.67%) ▲우진엔텍(9.60%) ▲퓨런티어(9.37%) ▲일신석재(9.03%) ▲미트박스(8.87%) ▲M83(8.80%) ▲핑거(8.74%) ▲지투파워(8.67%) ▲우듬지팜(8.55%) ▲세경하이테크(8.24%) 등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 지표가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된 7월 미국의 실업률은 4.2%로 시장 예상치와 같았지만, 비농업 신규 고용은 7만3000건에 그쳐 예상치인 10만6000건을 크게 밑돌아 '고용 쇼크'를 기록했다.

여기에 5월 신규 고용은 기존 14만4000건에서 1만9000건으로, 6월 고용도 14만7000건에서 1만4000건으로 각각 대폭 하향 조정되며 고용 둔화 우려를 키웠다.

같은달 발표된 ISM 제조업 PMI(48.0)와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61.7) 등 주요 경제 지표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며, 관세 여파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뉴욕증시도 이러한 흐름 속에 약세를 보였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2.24%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다우지수도 각각 1.60%, 1.23% 내리며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 쇼크에 대한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지난 금요일 국내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세제 개편안 논란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번 개편안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축소와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 등이 포함돼 투자자들의 정책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신용융자 비중이 과거에 비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고, 투자자예탁금도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유지되며 증시 반등을 뒷받침할 대기 자금이 풍부하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8조685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한 연구원은 "2021년 6~8월 코스피가 3300선을 돌파했던 당시에는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비중이 0.60%대에 달했지만, 7월 말 현재는 0.50%대에 그치고 있다"며 "아직 국내 증시가 버블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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