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금융 이관 무산에 흔들리는 기재부…차관보실 존폐·수장 책임론까지

등록 2025.10.03 08:00:00수정 2025.10.03 09:00: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차관보실 축소·폐지" 요구도…본연 기능 회귀론 확산

과도한 업무·승진 병목에 사기 저하…"자부심으로 버텼다"

"큰 위기 닥치면 누가 조정하나"…컨트롤타워 필요성 여전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현판. 2023.04.0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현판. 2023.04.0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정부 조직개편의 후폭풍이 기획재정부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정책 이관이 무산되면서 기재부의 '경제 컨트롤타워' 위상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내부에선 차관보실의 존폐를 둘러싼 노조 표결과 경제부총리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현장에서는 단순히 금융 이관 무산의 문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총괄·조정'을 맡아온 기재부의 역할과 그에 대한 보상 사이의 불일치가 누적된 데 따른 구조적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관보실 축소·폐지" 요구 빗발…'컨트롤타워 내려놓자' 기류

일선 사무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핵심 쟁점은 차관보 라인의 역할 축소 또는 폐지다.

기재부는 전통적으로 국가적 큰 위기 상황에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당시에는 마스크 대란에 대응해 요일제를 추진했고, 2021년 중국발 요소수 대란 때는 다른 국가에서 요소수를 반입해 국내 물량을 소화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경색이 왔을 때도 즉시 유동성을 공급해 불씨를 껐다.

이 같이 기재부는 교차부처를 총괄해 큰 위기 상황을 조율해왔다. 하지만 대표적인 정책수단인 세제·예산·금융이 모두 분리되면 이를 하나의 정책방향으로 끌어갈 힘이 약해진다는 데 한계가 있다. 큰 그림을 그리며 정책을 조율해왔던 경험과 효능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 분리와 금융 이관 무산 이후 기재부 사무관 사이에서는 컨트롤타워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만큼,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자는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더 이상 사회가 기재부에 경제총괄을 요구하지 않으니 재정경제부에 남는 국고, 세제, 국제금융 등 각 파트에 충실하자는 취지다.

한편으로는 주요한 정책수단이 쪼개졌어도 위기 상황을 총괄할 재정경제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산·금융 보유 여부가 정책조정의 본질을 결정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재정경제부 시절을 경험한 한 기재부 관계자는 "여러 부처가 겹쳐있는 위기 상황을 중립적으로 총괄하고, 의제를 올려 해결하는 역할이 재정경제부의 역할이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재부가 부처간의 일을 조정하는 업무가 상당하다. 더 나아질 상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9.3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9.30. [email protected]


"큰 위기 오면 누가 턴키로 묶나"…정책 설계·총괄 필요 여전

이번 사태를 조직개편으로 인한 결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업무는 과중해지는데 가치는 낮게 평가되는 보상 불일치가 누적됐다는 거다.

한 사무관은 "'경제 컨트롤타워'라는 자부심·자존심으로 버텼는데 상처만 남았다'는 심리가 퍼져 있다"고 언급했다.

조직개편이 현실화되면 인사·보상 경로의 약화, 승진 병목 우려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크다. 한 기재부 일선 과장은 "소수의 성공 사례를 보고 '기재부 대우가 좋다'고 하지만 다수는 고생한 만큼 대우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형일 1차관 주재로 직원 간담회를 열어 조직개편 취지와 향후 보직·정원 재조정 방안을 설명하며 내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랭하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차관보실 기능에 대한 문제제기에 '예산처와 협조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는데, 구조적 해법이 아닌 '선의에 기댄 협조'는 공허하다"며 "사무관들이 원하는 건 현실적인 권한 재설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큰 위기가 닥치면 누군가는 부처들의 이해를 한꺼번에 묶어 책임지고 조율해야 한다"며 "예산·금융 보유 여부를 넘어 정부 전체를 '턴키'로 묶어 움직일 중립적인 조정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0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02.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