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우發 '1인 기획사' 탈세 논란…"명확한 가이드라인·과세기준 필요"
차은우 200억 탈세 의혹 후 '1인 기획사' 논란 가열
"실체 없거나 수익 배분 불투명한 법인은 탈세 해당할수도"
"이제 연예인 법인 설립은 필수…세무상 불확실성 없애달라"
"美는 1인 기획사 인정…한국도 가이드라인·과세기준 필요"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최근 가수 겸 배우 차은우씨, 배우 김선호씨 등 유명 스타들의 탈세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연예인들이 자신의 활동을 위해 설립하는 '1인 기획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세청은 연예인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체가 없는 법인을 설립하거나 소득의 대부분을 법인에 남겨두는 경우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추징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연예인들이 활동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건 엔터테인먼트 산업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합법과 불법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법인을 운영하기만 해도 악의적인 '탈세범'으로 몰리는 일이 적지 않다고 호소한다.
3일 세정 당국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차씨를 상대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한 뒤 200억 원이 넘는 추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차씨가 활동 수익의 일부를 인천 강화군 소재 법인의 매출로 잡아 200억원이 넘는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차씨 측은 이 결정에 불복해 과세 전 적부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이렇게 국세청이 연예인을 상대로 세금을 추징 당하는 일은 차씨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유연석씨, 조진웅씨, 이준기씨 등 1인 기획사를 갖춘 연예인이 수억~수십억원 세금을 추징 당했고, 올해는 차씨에 이어 김씨도 탈세 의혹에 휩싸였다.
연예인들이 개인 법인을 설립하는 이유가 '절세'에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에서 45%에 달하는 반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3000억원이 넘는 구간에서 25%에 불과하다. 또 법인은 가족이나 매니저·스태프의 인건비나 차량유지비 등 부대 비용을 비용으로 인정받기 상대적으로 쉽다.
연예인이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또 최근에는 계약이나 브랜드·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있어서 보다 전문적인 관리를 받기 위해 개인 법인을 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세청은 법인 사무실과 고용된 직원 등 물적·인적 실체가 명확하고, 연예활동 지원 용역을 뒷받침할 계약서 등이 존재하는 경우 정상적인 법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건 법인의 실체가 불분명한 경우다.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형식상의 회사를 만든 뒤 연예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을 분산해 세금을 줄이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했다면 정상적인 법인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연예인이 일반적인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수익을 배분받는 과정에 1인 기획사를 끼워넣어 개인 대신 법인이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또 연예인이 본인의 활동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도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위반에 해당한다.
1인 기획사가 연예인의 활동을 일부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면 탈세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연예인이 세율이 높은 소득세 과세를 피하려고 수익의 대부분을 법인에 남겨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법인에 수익을 배분한 뒤 법인카드로 개인 생활비 등을 지출하거나 가족에게 인건비를 주는 경우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이 실질적으로 인적·물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 연예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 합당한 기능을 하는지, 법인이 역할을 한 만큼 소득을 배분받는지 등이 고려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예인의 활동은 연예인 본인의 기여도가 굉장히 크다. 그런데 많은 탈세 사례들을 보면 출연료를 1인 기획사를 통해 받고, 대부분은 1인 기획사에 두고, 연예인은 몇백만원 정도의 근로소득만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기여도를 따져봤을 때 합당한 소득 분배가 아니다. 이런 경우 과세관청에서는 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기획사가 과하게 가져간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예인의 개인 법인에 적용될 수 있는 별도의 과세기준이 마련되지 않는한 다른 법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국세청의 입장이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된 '실질 과세의 원칙 vs 경제적 자유, 세무사가 본 차은우 사건의 쟁점은?' 영상. (사진=뉴시스 유튜브 캡처) 2026.2.2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2/02/NISI20260202_0002054099_web.jpg?rnd=20260202152747)
[뉴시스] 지난달 29일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된 '실질 과세의 원칙 vs 경제적 자유, 세무사가 본 차은우 사건의 쟁점은?' 영상. (사진=뉴시스 유튜브 캡처) 2026.2.2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법인을 설립해 운영한다는 이유 만으로 연예인을 잠재적 탈세범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K-엔터'의 성장세를 위축시킨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는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로 '연예인 1인 기획사 탈세 논란, 그 대안은?'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 참석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연예인이 스스로 개인법인을 설립해 운영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무국장은 "연예인이 소속사와 계약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소속사는 '콘텐츠 제작과 홍보'라는 공적 영역을 관리할 뿐 연예인 개인의 브랜드 가치 유지, 사후 자산 관리, 개인적 법률 리스크까지 모두 책임져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과거에는 소속사가 주는 정산금을 개인이 통장에 쌓아두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아티스트 한 명의 수입이 중소기업 매출과 맞먹는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이를 개인 계좌로 관리하는 것은 행정적으로나 투명성 측면에서나 한계에 봉착했다. 아티스트 개인의 '독자적 영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법인 설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아티스트의 소득이 개인 법인으로 귀속되는 과정은 법적·세무적 근거가 약해 늘 '소득 분산'의 의혹을 받는다.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인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기획사에서 발생한 수익이 개인 법인으로 이전될 때 이를 '정당한 업무 위탁 비용'으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세무적 불확실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불필요한 탈세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세기준이 필요하다. 공정한 과세 원칙을 지키면서도 납세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경우 연예인이 활동 수입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하는 1인 기획사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추세다. 미국 국세청(IRS)의 경우 법인이 연예인의 출연료 등 소득을 대신 지급 받고 법인소득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인력 대여 법인'(Loan-out Corporation)으로 불리는 이런 법인들은 다른 법인들과 같은 수준의 세율을 적용 받고 있다. 법인이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급여의 수준에 대해서도 기준이 마련돼 있다.
법인이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급여가 너무 낮으면, 과세관청이 법인소득 일부를 개인 서비스 대가로 재분류한다. 반대로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급여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일부 소득을 배당으로 재분류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존 세법 체계 내에서 연예인 개인 기획사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전오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1인 기획사는 1인 회사의 하나이고, 상법에서 법인 설립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이상 설립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고, 함부로 법인격을 부인할 수도 없다"며 "다만 문제점은 모두 인식하고 있기에 행정상의 가이드라인과 예측가능한 과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조세회피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의 필요성은 있어보인다"며 "그 방안으로는 (소득세를 회피했을 때 주주에게 과세하는) 배당간주제도보다는 (법인에게 과세하는) 법인세 추가과세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사진=박민규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0/09/NISI20241009_0001672162_web.jpg?rnd=2024100919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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