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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룰' 갇힌 스테이블코인 논의…"입법 시급" 한목소리

등록 2026.07.15 17:37:19수정 2026.07.15 18:06:33

정무위 방미 의원 초청 닥사·MRI 주최 세미나

"51%룰, 위기시 역효과"·"미국에 종속" 전문가들 우려

[서울=뉴시스]김종승 MRI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방미 국회의원단 초청 하반기 입법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진아 기자) 2026.07.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종승 MRI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방미 국회의원단 초청 하반기 입법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진아 기자) 2026.07.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의 최대 쟁점인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은행권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51%룰'이 정작 위기 상황에서 코인의 가치 안정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직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 논의 과정에서 소유 구조에 집착하기보다, 시장 전반의 시스템 위기 상황에서 유통시장의 가치 연동을 복원하고, 결제 연속성을 보장할 제도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의 본질이라는 진단이다.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방미 국회의원단 초청 하반기 입법 전망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행사는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와 가상자산 정책 싱크탱크 MRI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의 미국 현지 출장 조사를 바탕으로 공동 주최했다.

현재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의 근간이 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발행 주체 등을 둘러싼 의견차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은 통화 주권 수호와 외환·통화 관리의 안정성을 이유로 시중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 및 핀테크 업계에서는 전통 금융권 중심의 구조가 혁신을 가로막고, 기술 기업의 시장 진입에 장벽이 될 것이라며 참여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종승 MRI 대표는 이 같은 진입 규제 논쟁의 프레임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은행 과반 지분 구조의 실효성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대표는 "은행 중심의 구조는 평시 건전성과 감독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은행의 결제망과 규제 체계를 활용해 유동성·자금세탁방지 인프라 측면에서 이점을 가진다"면서도 "그러나 극단적 시장 충격 국면에서는 2차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액면가(Par)를 되살리지는 못한다"고 짚었다.

그는 2023년 3월 미국 USDC 디페깅(가치연동 해제) 사태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준비금을 100% 가까이 보유해 지급능력을 완전히 갖추고 있었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로 상환 레일이 막히자 투자자들이 거래하는 2차 시장에서 가격은 0.87달러까지 폭락했다.

김 대표는 "발행사의 재무 구조를 아무리 건전하게 규제해도 유통 시장에서 결제 회로가 막히면 조정 실패로 인한 가격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 중심의 구조가 대형 위기시 시장의 위험을 전통 금융권으로 역전이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시스템 충격이 발생하면 모회사인 은행의 대차대조표 역시 함께 압박을 받으므로 자회사의 백스톱(최종 지지대) 역할을 수행할 수 없고, 오히려 은행의 유동성과 평판을 악화시켜 공적 안전망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소유 구조라는 규제 프레임에서 벗어나, 위기 시 부실 발행사는 소각·퇴출하되 준비 자산과 코인 부채를 건전한 승계 발행사로 신속히 넘겨주는 '정리·이전 권한'을 법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계약이전과 예금자보호법의 정리금융회사 방식을 준용하고, 업권이 사전에 공동 적립하는 '공동 정리기금'을 구축해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앞서 업권이 손실을 내부화할 수 있도록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입법 공백 장기화가 글로벌 디지털 달러 패권에 국내 결제망을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미국의 경우 지급용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지난해 7월 공포 후 시행규칙 마무리 단계에 놓여 있다. 외국 발행자 유예(3년) 기간을 감안하면 2028년께에는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규제 체계로 편입될 전망이다.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은 지난해 7월 미 하원을, 올해 5월 미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뒤 계류된 상태였는데, 미 상원의 일정이 재개되면서 본격적인 법안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8월 휴회 전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연내 법안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니어스법은 시행규칙 마무리 단계로 늦어도 2027년 1월 전면 시행된다"며 "미국은 발행자 자격을 은행으로 한정하지 않고 비은행까지 문호를 넓히되 동일한 준비금 규칙을 엄격히 적용해 혁신과 경쟁을 유도하는 온쇼어링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입법은 자국 시장 정비를 넘어 달러 기반의 디지털 금융질서의 글로벌 확장, 자국 규제의 사실상 국제 표준화라는 이중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미국 중심의 표준 체계에 디지털자산 산업 및 금융업의 종속성이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실제로 설계한 것은 명확성 그 자체가 아니라, 규제 준수의 편익이 규제 회피의 편익을 초과하도록 만드는 유인 구조"라며 "이는 규제를 준수하는 사업자에게는 상품 취급과 유동성 접근을 열어주고, 역외 사업자에게는 등록 또는 퇴출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입법 자체가 아닌, 국내 인가 사업자에 대한 편익 제공 등 온쇼어링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며 "유럽은 가장 먼저, 가장 정교한 규제를 만드는 전략을 택했지만 혁신산업과 자본을 미국에 내주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디지털자산 주권 확보를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달러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본질은 금융 질서에 디지털 영역까지의 확장"이라며 "미국이 디지털자산을 투자상품을 넘어 산업 정책과 국가 전략의 영역에서 다루는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어야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맞서 통화 주권을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박민규 의원 역시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원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시장의 의견을 반영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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