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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 이창동…타협 없는 영화예술가

등록 2026.09.13 04:09:39수정 2026.09.13 04:13:30

1997년 '초록 물고기' 데뷔 장편 7편 내놔

국어교사서 소설가로, 소설가서 감독으로

박찬욱·봉준호·홍상수 함께 한국영화 대표

2003년 참여정부 초대 문광부 장관 지내

결벽에 가까운 작가적 완벽주의 추구해

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 이창동…타협 없는 영화예술가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가능한 사랑'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창동(72) 감독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이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다가 소설가가 됐고, 소설을 쓰다가 시나리오 작가가 됐으며, 각본을 쓰다가 영화감독이 됐다. 그리고 1997년부터 올해까지 내놓은 장편영화 7편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영화예술가가 됐다.

1954년생인 이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81년부터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했다. 이후 1983년 중편소설 '전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을 통해 소설가로 인정 받은 그는 1990년대 초 영화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박광수 감독 제안을 받고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이 감독은 박 감독이 1993년에 내놓은 영화 '그 섬에 가고싶다' 각본을 쓰고 조연출로도 일하며 영화 현장을 익혔다. 그가 쓴 두 번째 각본으로 만들어진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로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받은 뒤 1997년 '초록 물고기'로 감독 데뷔했다. 이 작품은 신도시를 배경으로 성장시대 그림자를 실패한 조직폭력배 이야기로 풀어내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의 데뷔작이라는 찬사를 끌어냈다.

이후 이 감독은 정치적·사회적·역사적·윤리적 층위를 다각도로 파고드는 작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박찬욱·봉준호·홍상수 감독과 함께 21세기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인정 받았다. '박하사탕'(2000)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파괴돼버린 한 남자의 삶을 처절하게 그려낸 데 이어 '오아시스'(2002)에선 사회 최약자인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 시대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직시했다. 특히 '오아시스'로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으며 한국의 거장에서 세계의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영화 3편을 만든 이 감독은 2003년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발탁, 2004년 6월 퇴임할 때까지 약 1년 4개월 간 행정가로 활동했다. 당시 영화계 최대 화두는 스크린쿼터제였는데, 재임 초기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해온 이 감독이 이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었다.
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 이창동…타협 없는 영화예술가


다시 영화계로 돌아온 이 감독은 2007년 '밀양'으로 복귀했다. 이청준 작가의 '벌레 이야기'가 원작인 이 작품은 그 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배우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기며 한국영화 새 역사를 썼다. 한국배우가 칸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처음이었고, 세계 3대 영화제(칸·베네치아·베를린)에서 연기상을 차지한 건 1987년 임권태 감독 '씨받이'의 강수연이 베네치아에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20년만이었다.

'밀양'은 전도연의 독보적 연기와 함께 인간 구원이라는 주제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연출로 이 감독 필모그래피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발표한 '시'는 '밀양'과 함께 짝을 이루는 구성과 이야기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이 감독의 또 다른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10년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이 감독은 타협 없는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연출가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줄곧 "지금 이 사회에, 이 시대에 필요한 영화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라고 말해왔고, 이런 작가적 결벽증은 2010년대 이후 과작으로 이어졌다. '버닝'(2018)이 '시' 이후 8년만에 나온 것도 이런 그의 성향과 관련 있다. 그는 '시' 이후 새 시나리오를 수 차례 갈아엎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버닝'을 완성했다. '버닝'은 청년 세대 불안과 우울을 특유의 깊이와 충격으로 담아내며 역시 이창동이라는 격찬을 불러냈다.

이 감독은 다시 8년만에 새 영화 '가능한 사랑'을 내놨고, 이 작품으로 그는 또 한 번 한국영화 역사를 쓰게 됐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을 마주하고 숨겨졌던 욕망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설경구가 해고노동자 '호석'을, 전도연이 호석의 아내 '미옥'을, 조여정이 다큐멘터리 연출가 '예지'를, 조인성이 예지 남편 '상우'를 연기했다. 이 감독은 이 영화 각본을 오정미 작가와 함께 썼다.

이 작품 역시 이 감독 특유의 시각과 성찰을 통해 촘촘하고 예리하게 구성된 작품이라는 게 일관된 평가였다. "경제적·정서적 불안을 파고드는 강렬한 성찰이다. 노동의 트라우마와 존엄성 상실, 계급적 선망을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깊은 휴머니즘으로 엮었다"고 한 할리우드리포터 평가는 이번 작품이 어떤 영화인지 추측케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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