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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화 시대 열었지만…아디다스 '서브2'에 온·호카 추격[다시 뛰는 스우시②

등록 2026.09.26 08:01:00수정 2026.09.26 08:26:23

'서브 2' 역사 나이키 아닌 아디다스와 함께

여러 브랜드 레이싱화가 포디움 나눠 가져

아디다스·온·호카 등 러닝서 가파른 성장세

나이키, 스포츠 중심 전략 재정비…일부 성과

[런던=AP/뉴시스] 사바스티안 사웨(케냐)가 2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마라톤에서 1시간 59분 30초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2026.04.26.

[런던=AP/뉴시스] 사바스티안 사웨(케냐)가 2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마라톤에서 1시간 59분 30초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2026.04.26.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지난 4월 26일 열린 런던 마라톤은 스포츠 브랜드들의 레이싱화 경쟁에서도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됐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마라톤을 2시간 이내 완주하는 '서브 2'를 달성하면서다. 사웨는 1시간59분30초로 세계기록을 세웠고, 2위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도 1시간59분41초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아디다스의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 3'를 착용했다.

런던 마라톤은 '기술 도핑' 논란과 함께 러닝 시장에서 스포츠 브랜드들의 기술 경쟁을 다시 주목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나이키의 '알파플라이 4' 프로토타입은 우간다의 제이콥 키플리모와 함께 달려 3위에 올랐는데,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차세대 레이싱화가 한 대회에서 맞붙으면서 양사의 기술력과 브랜드 위상을 비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마라톤 기록을 단축하기 위한 스포츠 브랜드들의 기술 개발 노력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엘리트 선수들이 마라톤에서 신는 레이싱화에는 브랜드의 기술력이 집약되는 만큼, 선수들이 거둔 성과가 곧 브랜드의 성취로 평가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의 경쟁은 카본 레이싱화 경쟁으로 이어졌는데 시장의 문을 연 브랜드는 나이키다. 카본화는 미드솔에 탄소섬유판(카본 플레이트)을 삽입해 반발력과 추진력을 극대화 한 것이 특징이다.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실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대부분의 선수들이 카본화를 착용하고 있다.

나이키는 2016년 카본화 '베이퍼플라이 4%'를 출시했는데 마케팅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 평가와 달리 실제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주목받았다. 나이키는 마라톤의 전설 엘리우드 킵초게와 함께 2019년 비공식 서브 2를 달성하며 카본화에 대한 주목도를 올리기도 했다. 이후 스포츠 브랜드들이 앞다퉈 카본 레이싱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최근 주요 마라톤 대회에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뿐 아니라 여러 브랜드가 포디움을 나눠 갖고 있다. 특정 브랜드의 기술력이 다른 브랜드를 압도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레이싱화 기술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의미다.

카본화 시대 열었지만…아디다스 '서브2'에 온·호카 추격[다시 뛰는 스우시②


최근의 러닝화 시장 역시 여러 브랜드들이 존재감을 키우며 경쟁 구도가 다변화되고 있다. 아디다스는 '아디제로'를 앞세워 러닝 카테고리를 키우고 있으며, 온, 호카 등이 러닝화 시장에서 성장하며 나이키의 자리를 파고들고 있다.

아디다스의 러닝 사업은 2024년 두 자릿수 성장에 이어 2025년에는 통화중립 기준 전년 대비 3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스포츠 브랜드 온도 나이키의 빈자리를 공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온의 전체 매출은 2024년 25억 달러에서 2025년 약 32억 달러로 30% 가량 증가했다.

데커스 아웃도어의 호카 역시 성장세를 이어갔다. 호카의 2026 회계연도 매출은 25억8700만 달러로 전년 22억3300만 달러 대비 15.9%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나이키가 코로나19 전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확산한 세계적인 러닝 붐에 올라타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러닝이 기록을 겨루는 스포츠를 넘어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는 동안 일상 속에서 소비되는 러닝화를 충분히 선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브랜드들이 커지는 러닝 시장의 지분을 나눠 가질 동안 나이키는 스니커즈 등 기존 인기 제품에 상대적으로 힘을 실었고, 이는 나이키의 제품 혁신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상을 강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 온라인몰과 직영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에 집중한 것도 코로나19 이후 정상화된 오프라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 시기 온과 호카 등 경쟁 브랜드들은 주요 편집숍과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나이키의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나이키 에어로핏(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이키 에어로핏(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2024년 CEO로 복귀한 엘리엇 힐은 이 같은 흐름을 되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포츠'를 브랜드 전략의 한가운데 두고 제품과 조직, 유통 전반에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러닝 시장에서는 일부 성과가 실제 기록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30일 열린 시드니 마라톤에서는 나이키의 알파플라이 4 프로토타입을 신은 에티오피아의 아디수 고베나가 2시간4분42초로 정상에 올랐다. 2위는 '에보 3', 3위는 중국 엑스텝(Xtep)의 160X8.0 프로다. 나이키는 10월 말 알파플라이 4 정식 출시를 앞둔 상태다.

레이싱화뿐 아니라 나이키가 최근 선보인 제품 다수가 '혁신'이라는 표현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쿨링 기술의 결정체로 수식되는 '에어로핏'도 나이키가 최근 선보인 혁신 중 하나다. 기존 애슬레틱 의류 대비 두 배 이상의 통기성을 제공한다는 게 나이키의 설명이다.

트레일러닝에서는 아웃도어 퍼포먼스 라인인 ACG(All Conditions Gear)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선보인 '래디컬 에어플로(Radical AirFlow)'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독특한 디자인에도 통기성을 경험한 러너들의 후기가 회자하며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트레일러닝화 '피클주스'도 혁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공개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한때 카본 레이싱화 시장을 열었던 나이키가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경쟁 브랜드들의 추격을 허용한 나이키는 다시 '스포츠'와 '혁신'에서 답을 찾는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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