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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잘못 둔 죄?…범죄조직 컴퓨터 옮겨 기소, 대법서 무죄

등록 2026.09.29 12:00:00수정 2026.09.29 13:34:23

'공모주 판매 사기' 콜센터 조직 범행에 연루

반년간 8회 설치·이전…범죄단체활동 등 기소

1·2심 사기방조만 인정…대법, 무죄 취지 파기

통상 설치비만 받는 등 "방조 고의 인정 부족"

[서울=뉴시스] 동창인 범죄 조직 총책의 요청을 받고 사무실 컴퓨터 등 집기를 수차례 설치·이전해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컴퓨터 출장 수리업체 운영자가 대법원에서 가까스로 처벌을 면하게 됐다. (사진=뉴시스DB). 2026.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동창인 범죄 조직 총책의 요청을 받고 사무실 컴퓨터 등 집기를 수차례 설치·이전해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컴퓨터 출장 수리업체 운영자가 대법원에서 가까스로 처벌을 면하게 됐다. (사진=뉴시스DB). 2026.09.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동창인 범죄 조직 총책의 요청을 받고 사무실 컴퓨터 등 집기를 수차례 설치·이전해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컴퓨터 출장 수리업체 운영자가 대법원에서 처벌을 면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A(29)씨의 사기방조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 명령 552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깨고 수원고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앞서 2024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 사이 B씨의 주도로 경기 시흥시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한 '공모주 판매 사기' 콜센터 조직의 범행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B씨 등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해 '유료 주식정보 사이트 가입비를 환불하겠다'며 접근, '코스닥 상장 예정 공모주를 싸게 팔겠다'고 속이는 수법을 썼다.

'총책' B씨와 '팀장' C·D씨 등은 지난해 2~5월 이런 수법으로 11명으로부터 합계 4억2592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부터 컴퓨터 출장 수리·판매 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중·고등학교 동창인 B씨의 부탁을 받고 조직의 사무실에 컴퓨터 등 집기를 설치·이전해줬다.

사무실 집기 설치·이전 업무는 반 년 동안 8차례 반복됐고, 짧게는 한 달 만에 사무실을 옮긴 일도 있었다.

B씨는 그 과정에서 A씨에게 컴퓨터 본체를 처분하고 저장장치(SSD카드)를 초기화하거나 폐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전하는 사무실마다 내부를 보지 못하도록 창문에 암막 시트지가 붙어 있고 보드판에 '비상장주식', '순위', '수익률'과 같은 표현이 적혀 있는 것도 목격했다.

B씨는 피해자들에게 뜯어 낸 범죄 수익금의 30~40%를 조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했지만, A씨에게는 설치비 명목의 총 552만원만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지시를 받고 조직에 가담해 범행에 필수적인 물적 장비를 설치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보고 사기,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에 정의의 여신 디케상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에 정의의 여신 디케상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9.29. [email protected]

1·2심은 A씨가 사기 범행이라는 B씨 조직의 목적을 인식한 채 구성원으로 활동한 게 아닌지 의심은 된다면서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자신이 설치하거나 이전한 컴퓨터 등을 이용해 범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거나 예견했을 것이라고 보고, 직권으로 '사기방조' 혐의를 적용해 징역형 집행유예 등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를 처벌할 수 없다며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의 통상적인 영업 활동이 B씨 등의 범행에 단순히 이용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A씨가 통상 수준의 설치 대금만 받았을 뿐 범죄 수익을 추가로 받지 않은 데다, 가려진 창문이나 보드판의 주식 관련 단어를 목격했다는 것만으론 범행을 예견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핵심 근거로 쓰인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부정했다. '(B씨가 하는 일이) 불법적인 일이라 생각했다'는 A씨의 진술이 담겼는데, A씨 측이 재판 과정에서 내용을 부인했음에도 증거로 잘못 채택했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312조 3항에 따라 경찰의 신문조서는 공판에서 피고인 측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

한편 B씨는 사기 및 범죄단체조직·활동 등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 C·D씨는 사기 및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로 각각 징역 2년 6월, 4년 등을 항소심에서 선고받은 후 상고하지 않거나 취하해 모두 실형을 확정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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