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본법' 연내 입법 추진…"강행규정·구제절차도 설계해야"
등록 2026.10.05 08:01:00수정 2026.10.05 08:26:25
일기본법·근로자 추정제 연내 '패키지' 추진…법안 국회 계류 중
노동계 "2등 노동자 우려"·경영계 "고용 부담"…입법 속도 더뎌
노동연구원 "선언·강행규정 구분…이행체계 법률 단계부터 설계"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8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08.08. yes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08/NISI20260808_0021392164_web.jpg?rnd=20260808160136)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8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08.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연내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직(특고)과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와 같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무제공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기본법)' 입법을 추진한다.
이에 사업자 의무와 권리구제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계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5일 고용노동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일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기본법은 고용상 지위나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직접 일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 등 특고·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 기존 노동법의 경계에 놓인 노무제공자가 주요 대상이다.
근로자 추정제는 이들이 법적 분쟁에 휘말렸을 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는 제도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타인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전제 사실이 확인되면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반증하는 경우에만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구조다.
근로자성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주로 사업주가 갖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노무제공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외견상 사업소득세 3.3%를 원천징수하는 프리랜서처럼 계약을 맺어 각종 노동관계법 적용을 피하는 이른바 '가짜 3.3' 등 근로자성 오분류 문제를 막기 위한 조처이기도 하다.
정부 "연내 패키지 입법"…노사 이견에 국회 논의 지지부진
김태선 의원안은 지난해 12월 24일 발의돼 올해 3월 2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하지만 여전히 소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근로자 추정제를 담은 김주영 민주당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역시 지난해 12월 24일 발의돼 기후노동위에 계류 중이다.
입법 속도가 나지 않는 건 노사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일기본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그대로 둔 채 별도의 보호체계를 만들 경우 특고·플랫폼 종사자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보호에 머물게 하는 이른바 '2등 노동자' 문제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기존 노동관계법을 우선 적용하고 노동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계약 변경 등을 차단할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경영계는 일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고용 부담을 높여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근로자 추정제에 대해 기업 부담과 산업현장의 자율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국회 차원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민주노총 특수고용 대책회의가 지난 6월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위원회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특고·플랫폼 적정보수 보장과 도급제 최저임금제 쟁취를 촉구하고 있다. 2026.06.04.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04/NISI20260604_0021308406_web.jpg?rnd=20260604120236)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민주노총 특수고용 대책회의가 지난 6월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위원회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특고·플랫폼 적정보수 보장과 도급제 최저임금제 쟁취를 촉구하고 있다. 2026.06.04. [email protected]
정부가 애초 제시했던 입법 일정도 한 차례 미뤄졌다. 노동부는 당초 5월 1일 노동절까지 관련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를 넘겼고, 8월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올해 12월로 목표 시점을 다시 제시했다.
"권리선언에 그쳐선 안돼…강행규정·구제절차 구체화해야"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과 입법·추진체계의 구체화 과제' 보고서에서 "포괄적인 단행법의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입법과제"라면서도 "실효성 있는 제도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이 교수는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선언규정과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강행규정을 구분하는 '이원적 규범구조'를 제안했다.
또 '일하는 사람'과 '사업자'의 범위는 폭넓게 유지하되 해석지침과 표준계약서, 유권해석 체계를 마련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기존 노동관계법을 우선 적용하고 계약 형식 변경 등을 통해 노동법 적용을 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회피방지 원칙'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입법 이후의 실효성은 결국 추진체계에 달려 있다"며 "기본계획과 심의위원회, 전담 집행조직, 분쟁조정 인프라, 지역 전달체계, 입법영향평가 등에 이르는 이행체계를 법률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6월 채택된 국제노동기구(ILO) 제193호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과 국내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을 비교했다.
이 협약은 플랫폼 노동자를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정의하고 산업안전보건과 작업중지권, 폭력·괴롭힘, 자동화 시스템, 개인정보, 계정 정지 등에 대한 보호를 규정한 최초의 국제노동기준이다.
남 연구위원은 ILO 협약과 비교하면 국내 법안에는 여전히 빈틈이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폭력·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두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위험한 작업을 중단할 권리가 근로자에게 한정돼 있고 폭력·괴롭힘 관련 규율도 여러 법에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알고리즘을 통한 업무 배정·평가 등에 대한 정보 제공과 설명,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거나 중단할 권리, 플랫폼과 중개업체 간 책임 배분은 "협약이 요구함에도 법안이 비워 둔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기본법안은 그 재구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나 종착점이 될 수는 없다"며 "안전·건강, 폭력·괴롭힘 보호, 알고리즘에 의한 평가·배정 등에 관한 정보와 설명, 효과적인 분쟁해결과 구제 등을 어느 수준까지 담을지가 향후 관건"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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