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대표부 전화 걸었더니 김정은 조롱…직원 "우리 번호 아니다"
등록 2026.10.08 11:32:30
CNN, 유엔 명부 속 대표부 번호에서 조롱성 음성 안내 확인…누가 바꿨는지는 미확인
한때 북미 외교 ‘뉴욕 채널’…전직 미 관리 “지금은 사실상 기능 안 해”
![[서울=뉴시스]북한 유엔 대표부가 입주해 있는 미국 뉴욕의 유엔 외교센터 건물. 2026.8.6.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06/NISI20260806_0002205549_web.jpg?rnd=20260806085301)
[서울=뉴시스]북한 유엔 대표부가 입주해 있는 미국 뉴욕의 유엔 외교센터 건물. 2026.8.6. *재판매 및 DB 금지
CNN은 지난 9월 말 유엔 회원국 연락처 명부에 기재된 북한대표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문제의 음성 안내를 직접 확인했다. 안내가 언제, 누구에 의해 바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이 번호는 지난 29년간 북한 정부와 접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락 수단으로 유엔 회원국 명부에 기재돼 왔다. 대표부는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빌딩 13층에 있으며 미국 내 북한의 유일한 외교 거점이다.
전화를 걸어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면 동아시아인의 억양을 인종차별적으로 흉내 낸 목소리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과 김 위원장을 조롱한다. 김 위원장에게 연락하려면 메시지를 남기라는 조롱성 안내도 이어진다. 안내가 끝난 뒤에는 음성사서함이 가득 차 메시지를 더 남길 수 없다는 자동음성이 나온다.
북한대표부는 음성 안내가 바뀐 경위를 묻는 CNN의 이메일에 답하지 않았다. CNN 제작진이 뉴욕 대표부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자 남성 직원 한 명이 나왔다. 취재진이 대표부 번호로 전화해 안내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자 직원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건 우리 번호가 아니다”고 말한 뒤 문을 닫았다.
그러나 며칠 뒤 북한 외무성 부상이 유엔총회에서 한 연설문이 대표부를 통해 공개됐고, 첫 페이지에는 CNN이 전화한 바로 그 번호가 연락처로 적혀 있었다. 유엔 미디어·연락 담당 부서 관계자도 해당 번호가 자신들이 보유한 북한대표부의 유일한 전화번호라고 CNN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음성 안내가 바뀐 사실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뉴욕=AP/뉴시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 부상은 "핵보유국 지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2026.09.29.](https://img1.newsis.com/2026/09/29/NISI20260929_0001622197_web.jpg?rnd=20260929074608)
[뉴욕=AP/뉴시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 부상은 "핵보유국 지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2026.09.29.
전문가들은 대표부의 통화 기록 등에 접근하지 않는 한 누가 메시지를 바꿨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CNN에 말했다. 다만 음성사서함 비밀번호 관리가 허술했다면 외부인이 비교적 손쉽게 안내 메시지를 다시 녹음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사이버보안 연구자 마르틴 비고는 이용자들이 통신사가 처음 부여한 음성사서함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통신사가 기본으로 설정한 비밀번호가 경우에 따라 전화번호 끝 네 자리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면 네 자리 비밀번호 조합을 빠르게 대입할 수도 있다.
이 번호는 과거 북미 외교에서도 중요한 연락 통로로 쓰였다. 북한과 미국은 공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아 북한 유엔대표부는 오랫동안 미국 정부와 북한 당국을 연결하는 몇 안 되는 창구인 이른바 ‘뉴욕 채널’ 역할을 했다.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관리는 북한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1994년 협상에서도 대표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위트 전 관리는 당시 미국 정부가 북한대표부와 직접 협상할 정도로 실질적인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외교안보포럼-조엘 위트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조엘 위트 38North 대표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 사이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CNN은 북한군 수천 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위트 전 관리는 이를 북한이 이념에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외교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위트 전 관리는 과거 북미 협상의 주요 연락망이었던 뉴욕 채널에 대해 “지금은 거의 기능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음성사서함 안내를 바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이 현재 북미 관계가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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