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좀 한다는 '선수들' 공소청에 그대로…당근책 절실"[중수청 일주일③]
등록 2026.10.11 08:00:00
범죄대응 공백 우려…범죄자는 헛점 노려
절제 수사, 실력에서 나온다…전문가 필요
한국형 FBI 되려면 정치적 독립 필수조건

(왼쪽부터) 김영기 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現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現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이근우 형사소송법학회장. (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지난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식 출범하면서 78년 역사의 검찰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간판을 바꿔 단 지 일주일여 지난 지금, 곳곳에서는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원의 66%밖에 채우지 못한 채 개청한 데다, 사무실 집기는커녕 수사 전산망과 와이파이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11일 뉴시스가 만난 전문가들은 미처 준비되지 않은 채 문을 연 중수청의 현주소를 우려하며 조기 안착을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들은 공소청의 수사 베테랑을 이끌 파격적인 당근책과 정권의 외풍을 막아낼 정치적 독립성이 중수청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출범 시기 늦췄어야…범죄 대응 공백 발생 우려"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은 "형사사법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 물적자원 등의 운용 등을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한다"며 "신속히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국민의 권리구제가 늦어지고 범죄는 사장될 수 있다"고 했다.
김영기 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은 과거 합수단 폐지 당시의 상황을 언급하며 사법 공백이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김 전 단장은 "2020년 합수단이 폐지되고 다시 설치되기까지 그 틈새를 타고 라임·옵티머스, 라덕연 사태 같은 대규모 사기·비리 사건들이 터졌다. 검찰이라는 막대한 감시자가 없는 사이에 발생한 것"이라며 "중수청 신설 시한을 조금 더 뒤로 미루면서라도 범죄 대응의 공백이 없도록 알차게 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의 시선도 냉정했다. 이근우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현 상황을 두고 "합법적으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시기를 3개월만이라도 늦췄어야 했다"며 정치권의 무리한 속도전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중수청은 장도 없고 팀도 안 정해져서 사실상 '장사'를 못 하는 상태"라며 "혼란은 최소 6개월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직의 능력은 사람…전문가 긴급 수혈해야"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이 공식 출범한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중수청으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2026.10.11. park7691@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02/NISI20261002_0021472254_web.jpg?rnd=20261002120850)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이 공식 출범한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중수청으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2026.10.11. [email protected]
중수청이 연착륙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연 '인재 확보'라는 것이 공통된 조언이다.
김 전 단장은 "조직의 능력은 사람"이라며 "검찰에서 일 좀 잘한다고 하는 전문 분야의 수사능력이 있는 선수들 상당수가 공소청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들을 중수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인사나 처우 등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인력의 66%밖에 못 채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라며 "중수청으로 온 우수한 인력들도 오래 남아 일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에 대한 청사진 제시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김 전 고검장도 "검사 출신과 판사 출신 지휘부들이 서로 장점을 공유하고 협력하여 꼭 필요한 환부만 도려내는 절제된 수사를 한다면 중수청이 조기에 안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 공정거래, 정보기술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도 긴급히 수혈하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절제된 수사, 말 아닌 실력에서 나와"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전종민 중대범죄수사청 차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중수청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0.11.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02/NISI20261002_0021472111_web.jpg?rnd=20261002111451)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전종민 중대범죄수사청 차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중수청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0.11. [email protected]
중수청 지휘부는 취임 일성으로 '절제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 '적게 베고도 병의 뿌리를 도려내겠다'는 등 기존 검찰 수사와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절제된 수사'라는 명분이 실력 부재를 감추는 미사여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 전 고검장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철저히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수사 과정 전반의 투명성을 확보하여야 하고, 마구잡이식 수사로 수사 총량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전 단장 역시 "절제되고 품격 있는 수사를 하려면 실력이 전제돼야 한다"며 "자본시장이나 공정거래 같은 전문 분야는 사안의 핵심을 꿰뚫는 전문성이 없으면 절제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이 학회장은 "피해자들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원하는데 '우리는 기존 검찰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멘트에 치중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이제 사건이 언제 처리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외풍 막아낼 확고한 정치적 중립성 갖춰야"
김 전 고검장은 "중수청이 '한국형 FBI'라는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권력의 외풍을 막아낼 확고한 정치적 중립성을 갖춰야 한다"며 "FBI가 신뢰받는 첫 번째 이유는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정치적 중립성에 있다는 사실을 중수청 지휘부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전 단장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기자간담회를 하던 도중 정치적 외풍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양복 재킷을 벗어 흔들며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어디서 흔드는 겁니까?"라고 말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중수청도 마찬가지지 않겠느냐"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는 간부들의 의지도 매우 중요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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