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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차가운 시선…편견에 갇힌 청소년 부모들[사각지대 엄마들③]

등록 2026.10.10 13:20:00

임신·출산으로 학업 중단…"주변에 알리기 싫어서"

돌봄에 직업교육도 어려워…취업자 54.7% 비정규직

"양육비 넘어 주거·돌봄·교육·취업 단계적 지원 필요"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서울=뉴시스] 고홍주 구무서 염준호 수습 기자 =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청소년들이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과 돌봄 부담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취업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양육비와 학습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업 중단과 취업의 어려움이 경제적 취약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안정적인 주거와 돌봄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발표된 '청소년부모 현황 및 아동양육비 지원 실증연구'에서 청소년부모들은 경제적 부담부터 양육 방법,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부모 모두 24세 이하인 청소년부모 가운데 아동양육비 지원 시범사업 대상자 4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의 79.7%는 양육비 부담을, 62.7%는 양육 방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양육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도 57.4%였다.

주변 시선에 학업 중단…54.7%는 비정규직

청소년부모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은 이들이 부모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데 부담이 되고 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청소년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과 부정적인 인식, 동정 어린 시선이 뒤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은 학업중단 사유에서도 드러났다.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15.8%는 임신·출산 과정에서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학업중단 사유로는 '임신·출산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45.2%로 가장 많았다.

학업중단 사유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라는 응답도 33.1%에 달했는데,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돌봄은 걸림돌로 작용했다.

직업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1%에 그쳤으며, 교육을 받지 않은 이유로 자녀 돌봄을 꼽은 비율은 43.4%였다. 직업교육을 받은 이들도 교육 당시 어려움으로 자녀 돌봄(44.9%)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취업자 중에서는 비정규직이 54.7%를 차지했다. 학업이나 직업교육을 통해 취업을 준비할 기회가 제한되고, 당장 생계를 위해 불안정한 일자리에 의존하면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296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435만8000원)의 약 68% 수준이었다. 가구소득에는 근로·사업소득뿐 아니라 정부지원금과 가족에게 받는 용돈 등도 포함됐다.

응답자의 44.9%는 부채가 있었으며, 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부채액은 4991만원에 달했다.

"거처 있어야 미래 설계"…주거부터 취업까지 단계 지원 필요

현재 성평등부는 부모 모두 24세 이하이고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인 청소년부모 가구에 자녀 1인당 월 25만원의 아동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9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청소년 미혼 한부모 자립지원사업'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 원더패밀리' 사업을 통해 자립 기반을 다져온 수혜자 5명을 격려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임종룡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장, 구요비 천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가 함께 참석했다.(사진=성평등가족부 제공) 2026.09.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9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청소년 미혼 한부모 자립지원사업'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 원더패밀리' 사업을 통해 자립 기반을 다져온 수혜자 5명을 격려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임종룡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장, 구요비 천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가 함께 참석했다.(사진=성평등가족부 제공) 2026.09.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혼자 아이를 키우는 24세 이하 청소년한부모에게는 같은 소득기준 아래 자녀 연령에 따라 월 37만~4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한다. 검정고시 학습비는 연 154만원 이내에서 지원하며, 학업이나 취업활동을 하는 경우 가구당 월 10만원의 자립촉진수당도 지급한다.

가족센터의 '온가족보듬사업' 등을 통해 위기가족의 복합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사례관리도 제공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부모에게 실제로 연결되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거처가 불안정하거나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면 학습비나 직업교육 지원을 받더라도 학업·취업 준비를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출산을 앞두고도 거처가 없어 떠돌던 미성년 청소년부모에게 단체가 주거를 마련해주고, 지역의 멘토와 주민센터를 연결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거주할 곳이 있어야 그다음 설계가 된다"며 "거주할 곳이 없으면 기둥 없이 지붕을 세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거처를 먼저 확보한 다음 생활비를 어떻게 관리하고, 아이를 어디에 맡기며, 어떤 일을 준비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학업 지원 역시 학교 복귀를 권유하거나 학습비를 보조하는 데 그치지 말고 당사자가 원하는 진로와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유 대표는 "현장에서 만난 부모 중에는 학업 자체보다 취업을 먼저 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희망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게 되면 공부할 동기가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서 지원한 한 여성은 19세에 임신한 뒤 출산 이후 반려동물 미용 교육을 받았지만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단체는 사업장을 찾아 인턴십을 연계했고, 해당 여성은 일할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학업·직업훈련과 병행할 수 있는 돌봄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현장 의견이다.

유 대표는 "지역에 따라 공공 아이돌봄서비스의 인력 연결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필요한 시간에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청소년부모의 학업과 자녀 돌봄을 연결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케어 투 런(Care to Learn)' 프로그램으로 20세 미만 청소년부모가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보육비와 교통비를 지원한다. 뉴질랜드는 중등학교에 소속된 청소년부모 교육시설과 같은 부지나 인근의 영유아 교육·돌봄시설을 연계한다.

결국 청소년부모가 미래를 설계하려면 주거와 돌봄을 확보하고, 교육·직업훈련을 거쳐 취업에 이르기까지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을 함께 도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제언이다.

유 대표는 "청소년부모가 생활과 진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일대일로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살피고 수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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