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진료지침 보다 늦게 검사해 환자 사망…의료진 과실 맞아"
등록 2026.10.19 06:00:00수정 2026.10.19 06:32:25
1심, 의료진 과실·인과관계 인정해 배상 판결
2심 "진료지침 권고사항"…과실·인과관계 부정
대법 "검사 지연 과실…사망과 인과관계 인정"
![[서울=뉴시스] 의료진이 진료지침에서 권고한 검사를 제때 하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면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대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2026.10.19.](https://img1.newsis.com/2021/06/08/NISI20210608_0000762121_web.jpg?rnd=20210608092550)
[서울=뉴시스] 의료진이 진료지침에서 권고한 검사를 제때 하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면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대법원.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2026.10.19.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의료진이 진료지침에서 권고한 검사를 제때 하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면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진료지침이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이유 등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부정한 2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A씨의 유족들이 부산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과 의료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2월 부종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며칠 후 산소포화도가 최대 80% 정도로 떨어지자 의료진은 산소 공급량을 늘렸고, 다음 날 오전 3시50분께에는 산소마스크를 통해 분당 10L의 고농도 산소를 투여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9시께 의식이 혼미해졌지만 동맥혈가스검사는 오후 4시9분께 이뤄졌다. 고농도 산소 투여를 시작한 지 약 12시간20분, 의식이 악화된 뒤 약 7시간 만이었다.
검사 결과 체내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축적된 호흡성 산증이 확인됐다. A씨는 이후 심정지와 반혼수 상태를 거쳐 같은 해 3월 사망했고, 유족들은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의료진이 제때 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A씨의 기저질환이 사망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해 병원 측 책임을 20%로 제한하고 배우자에게 약 1079만원, 자녀 3명에게 각각 약 66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진료지침은 권고사항으로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검사 여부도 환자 상태에 따른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산소 투여 뒤 산소포화도가 95%까지 개선됐고, 진정제 투여 이력 때문에 의식 저하 원인을 구별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근거로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부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료지침에 산소요법 시작 30~60분 뒤 동맥혈가스검사를 하도록 돼 있고, 감정의 역시 이를 국내 임상수준을 벗어난 무리한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점에 주목했다.
특히 고농도 산소 투여 후 약 12시간20분간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A씨의 의식이 혼미해져 이산화탄소 과다 축적을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도 약 7시간이 지나서야 검사한 점을 짚었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해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사망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환자 측이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 및 그 과실이 환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감정의가 A씨의 의식 악화 원인으로 이산화탄소혈증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고, 검사를 자주 했다면 인공호흡기 적용을 더 일찍 시도할 수 있었다는 의견을 낸 점도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검사를 제때 시행하지 않은 과실은 A씨의 의식상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며 "사망의 결과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증명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같은 의료행위와 관련한 형사재판에서 1심은 주치의가 동맥혈가스검사를 제때 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사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면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이 완화되는 만큼 파기환송심에서는 A씨의 기저질환이 사망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한 손해배상 범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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