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가 왜 심심해?"…다시 뜨는 초등 한자교육 [출동!인턴]
등록 2026.10.20 07:00:00수정 2026.10.20 07:02:26
국교위, 초등학교 한자 교육 강화 논의
한자학원 찾는 초등생들…학부모 관심 커져
교사들 "문해력, 한자교육만으로 해결 어려워"
전문가 "단어 의미 유추하는 힘 길러야"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6일 서울 대치동 김은지한문한자교습소에서 초등학생이 한자 학습지를 보며 수업을 받고 있다.2026.10.16.](https://img1.newsis.com/2026/10/19/NISI20261019_0002267607_web.jpg?rnd=20261019161045)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6일 서울 대치동 김은지한문한자교습소에서 초등학생이 한자 학습지를 보며 수업을 받고 있다.2026.10.16.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하은 인턴기자, 진민아 인턴기자 = "우천시는 어디에 있는 도시예요?", "심심한 사과라니, 뭐가 심심하다는 거예요?"
‘우천시(雨天時)’는 비가 올 때를, ‘심심(甚深)’은 마음의 표현이 매우 깊고 간절함을 뜻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한자어를 엉뚱하게 이해한 사례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자어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 어휘력과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초등 한자교육의 필요성도 재조명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4월 문해력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등 한자교육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충북교육청도 올해 한자의 음과 뜻을 활용해 어휘를 이해하도록 하는 ‘소리뜻 한자교육’을 추진 중이다.
문해력 논쟁 속 다시 주목받는 한자교육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먼저 서울 대치동의 한 한자학원을 찾았다.
"법식 례, 길 로"…한자 배우는 초등생들
"법식 례(例), 길 로(路)…." 초등학생들이 교재에 적힌 한자를 하나씩 소리 내 읽었다. 교사가 글자를 짚으며 음과 뜻을 설명하자 학생들은 차례로 따라 읽으며 의미를 익혔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주로 초등학교 2~6학년이다. 최근에는 대치동뿐 아니라 분당과 중계동 등 다른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온다는 게 학원 측 설명이다.
10년 넘게 한자를 가르쳐온 김은지 원장은 학부모들이 한자교육을 찾는 이유로 교과 학습에 필요한 어휘 이해를 꼽았다.
김 원장은 "수학을 비롯한 여러 과목에서 문제에 나온 단어의 뜻을 몰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면 긴 지문이나 복잡한 문제를 풀 때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6일 서울 대치동 김은지한문한자교습소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한자 학습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2026.10.16.](https://img1.newsis.com/2026/10/19/NISI20261019_0002267613_web.jpg?rnd=20261019161225)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6일 서울 대치동 김은지한문한자교습소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한자 학습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2026.10.16.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회·역사·과학 등에서 한자어로 된 개념을 접하는 만큼, 기본 한자를 익혀두면 처음 접하는 용어의 뜻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업도 단순한 암기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글자의 음과 뜻을 읽으면 교사는 부수를 바탕으로 의미를 풀고, 이를 실제 단어와 연결해 설명한다.
김 원장은 "한자를 배우는 목적은 글자 자체를 암기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한자가 들어간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로부터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한자를 미리 배워두길 잘했다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어휘 이해에 도움" vs "독서가 먼저"…엇갈린 학부모들
대치동·중계동·분당 등 학군지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28년부터 초등 한자 의무화가 확정되는 것이냐’며 교육과정 변화 가능성을 묻는 글이 올라왔다. 한 학부모는 "한자까지 필수 과목으로 들어오면 미리 공부를 시켜야 하나 싶어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고 적었다.
한자교육이 어휘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학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만난 학부모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10살 자녀를 키우는 40대 학부모 여모씨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한자교육을 시작했다. 자녀는 지난해 한자 급수시험 5급까지 취득했다.
![[서울=뉴시스]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6일 서울 대치동 김은지한문한자교습소 강의실에 한자 학습 자료가 게시돼 있다. 2026.10.16.](https://img1.newsis.com/2026/10/19/NISI20261019_0002267610_web.jpg?rnd=20261019161128)
[서울=뉴시스]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6일 서울 대치동 김은지한문한자교습소 강의실에 한자 학습 자료가 게시돼 있다. 2026.10.16.
여씨는 "한자의 음과 뜻을 알고 있으면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한자어가 주는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초등 단계에서 한자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글 교육과 함께 한자교육도 병행했으면 한다"며 "중학교부터 배우기에는 늦고, 그때가 되면 아이들이 한자 공부를 지루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9살 자녀를 둔 30대 학부모 문모씨는 한자교육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별도의 교육을 시키지는 않고 있다.
문씨는 "어느 정도 한자를 알고 있는 것이 글을 읽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저학년 때는 단어를 암기하는 것보다 글 읽기에 흥미를 갖고 문맥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고학년부터 한자교육을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자만으론 한계"…학교 현장의 고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사회 교과 등에서 한자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예전보다 학생들의 기본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해력은 학생마다 수준 차이가 크고, 한자교육 하나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SNS나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면서 긴 문장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책을 접하는 시간이 줄어든 점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서울 대치동 김은지한문한자교습소에서 사용 중인 한자 학습 교재. 한자어 읽기와 한자 관련 문제들이 담겨 있다.2026.10.16.](https://img1.newsis.com/2026/10/19/NISI20261019_0002267616_web.jpg?rnd=20261019161252)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서울 대치동 김은지한문한자교습소에서 사용 중인 한자 학습 교재. 한자어 읽기와 한자 관련 문제들이 담겨 있다.2026.10.16.
또 다른 서울 초등교사 B씨는 학생별 수준 차이와 교육과정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는 "현재 초등학교에는 이미 다양한 필수교육이 편성돼 있어 새로운 내용을 별도로 추가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면 학생 수준에 맞춰 교사가 수업에서 활용하거나 개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교원 대상 조사에서도 문해력 문제와 수업 부담이 확인됐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2~6일 전국 교원 13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6.5%는 최근 5년 사이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83.8%는 문해력 향상 수업 운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한자교육, 문해력 해법 될까
김병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겸 한국학미래진흥원 초대 원장은 "요즘 학생들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뜻을 짐작해보려 하기보다 그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할 기회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초등 단계에서 기본 한자를 익히면 한자어의 뜻을 이해하고 어휘력과 독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자교육은 한자를 쓰기 위한 교육이라기보다 학생들이 단어의 의미를 유추하고 언어를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며 "한자를 알고 있으면 처음 접하는 단어도 구성된 뜻을 바탕으로 의미를 짐작할 수 있고, 이런 유추력이 쌓이면 새로운 의미를 연결하고 상상하는 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문자생활에서 한자를 사용하는 것과 한자를 통해 우리말의 뜻을 이해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문자 생활은 한글로 하되, 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쳐 한글로 적힌 단어의 뜻을 스스로 생각해보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보다 한자를 통해 우리말의 뜻을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방향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초등 한자교육을 둘러싼 논의는 결국 한자를 얼마나 가르칠 것인지뿐 아니라 학생들이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글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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