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탈북어민 강제북송' 정의용·서훈, 2심서 징역형 집유…노영민 무죄(종합)

등록 2026.10.21 16:31:49

귀순 의사 밝힌 탈북어민 2명 강제북송

1심 전원 선고유예→2심서 노영민 무죄

"북한 주민 대한 보호 의무 저버린 행위"

정의용 등 "부당한 판결…즉각 상고할 것"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연루된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 3명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왼쪽사진부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각각 출석하는 모습. 2026.10.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연루된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 3명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왼쪽사진부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각각 출석하는 모습. 2026.10.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연루된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 3명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5-3부(고법판사 성언주·원익선·이희준)는 21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인 만큼,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또 북송 결정과 집행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직권행사의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직무집행의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 등이 중앙합동정부조사팀과 경찰특공대, 통일부 직원들에게 북한 어민들을 강제로 송환하도록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해당 직원들 업무에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강제로 송환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정 전 실장 등은 대한민국 정부 최고위직 공무원으로 담당 업무 특성상 국가안보와 남북관계, 국민의 기본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법령과 적법절차를 준수할 의무가 어느 공무원보다 높다"고 전제했다.

이어 "법적 근거가 없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관계 공무원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나포된 지 불과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5일 만에 이를 집행했다"며 "직권을 남용해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하는 북한 주민들의 신체의 자유와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위법한 결정과 지시에 동원된 하급 공무원들이 정신적 충격을 겪고 법적·도덕적 책임에 직면하게 했으며,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 주민들까지 강제북송의 공포에 떨게 하는 등 파급효과와 부작용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다만 이들이 이례적인 상황에 맞닥뜨려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을 수 있으며, 과거 형사처벌 전력이 거의 없는 점, 고령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노 전 실장에 대해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노 전 실장이 다른 이들과 순차적·암묵적으로 직권남용 범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노 전 실장이 북송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법률 검토를 지시한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회의에서 북송 결정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북송 결정은 국가안보실장인 정 전 실장의 권한에 속하고, 노 전 실장이 다른 피고인들과 범행을 공모하거나 북송 결정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연루된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 3명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통일부가 지난 2022년 7월 공개한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사진=통일부 제공) 2026.10.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연루된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 3명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통일부가 지난 2022년 7월 공개한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사진=통일부 제공) 2026.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 김 전 장관은 항소심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판결에 깊은 유감과 실망을 표한다"며 "사건의 실체와 당시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판단으로, 승복할 수 없으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했다.

이어 "당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안보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송환을 결정했다"면서 "이미 불기소 처분했던 사안을 정권 교체 이후 다시 수사하고 기소한 것은 전임 정부의 국가안보 관련 정책적 판단을 정치적·이념적 잣대로 재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북 분단의 특수성과 당시의 긴박한 상황, 관계 법령의 해석상 불확실성을 외면한 채 사후적인 기준으로 형사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대법원에서는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당시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지닌 정당성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하고,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한 혐의 등으로 2023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한국 정부 수립 후 북한 주민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최초 사례였다.

1심은 북한 어민들이 수차례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송환한 행위가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어민들을 체포·감금한 혐의와 중대범죄자백보고서 관련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 등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어민들이 저지른 범죄의 흉악성과 잔인성, 남북 분단 상태로 인한 제도적 공백 등을 참작해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 각 징역 10개월,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에게 각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나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되는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양측이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며 2심이 열리게 됐다.

공소청(옛 검찰)은 지난 6월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 각 징역 5년, 노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김 전 장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결심공판 전후로 항소심 재판부에 이들의 무죄를 탄원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